‘해설위원과 대표가 선수와 세컨으로 변신했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난 18일 일본 오키나와 뮤직타운 오토이치바에서 열린 ‘TENKAICHI 71’ 대회에 김대환 해설위원이 선수로 출전하고 로드FC 정문홍대표가 세컨을 봐주는 이색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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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해설위원(왼쪽에서 두번째)과 정문홍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매번 로드FC 경기가 있을 때마다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해설을 하는 김대환 해설위원과, 멋지게 차려 입고 무대 한 가운데 서서 개회사를 하는 정문홍 대표의 모습만 봐오다가 김대환 선수와 정문홍 관장으로 변신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난다.

경기를 모두 마치고 4일이 지났을 무렵 손을 다쳤다던 김대환 해설위원이 걱정됐다.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김대환 해설위원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 본인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당시 대표님이 일본에 가신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당일 날까지 저한테 아무런 말씀도 안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재호 지점장이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는데, 티켓 중에 대표님 이름이 있는 거에요. 정말 놀랐죠” 그렇게 김대환과 정문홍 대표의 깜짝 일본 동행이 시작됐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정문홍 대표님은 ‘주먹이운다’ 때 보면 지도자로서의 내공이 엄청 나시더라고요. 시합날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 때, 하나도 생각 못했는데 주먹을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몇 초 후에 저는 진짜 다쳤어요”라며 세컨의 중요성, 그리고 정문홍 대표가 자신의 세컨을 봐 준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사실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정문홍 대표는 어떤 마음으로 세컨을 자처한 것일까? 이유를 물으니 “김대환 해설위원은 평소 배우려는 자세와 남다른 열정으로 많은 격투 팬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지도자이자, 해설위원으로 끊임없이 격투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시합 역시 기술을 몸소 체험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비로 출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본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의 열정에 지지를 보냈다.

2라운드 파운딩 TKO승을 거두긴 했지만 김대환은 현재 손 부상을 입었다. 왼손 넷째 손가락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고, 오른쪽은 연골이 파열 된 것 같아 보조기를 차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찡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김대환은 다시 경기 이야기로 화제를 이어갔다. “휴대폰으로 찍어놓은 영상을 보니 시합 날 상황이 어땠는지 알 것 같아요. 대표님이 목이 터져라 손 조심하라고, 손 깨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그렇게 됐네요. 저를 위해 신경 써주신 부분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뭉클했어요. 대표님과 가까운 사이라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공식 프로 전적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김대환 해설위원. 특히나 이번 일본 대회는 자비를 들여 출전했다고 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시합에 출전한 진짜 이유’를 묻자, 김대환 해설위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제 나이가 많지 않다고 생각돼요. 진짜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가장 좋은 배움의 방법은 시합을 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조심스럽게 최종 꿈에 대해 묻자 “사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경기를 뛰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강해져서 사람들에게 격투기를 알려주고,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면 로드FC 본 무대에서 싸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일본에서도 대표님께 꼭 그렇게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격투기를 사랑하는 김대환 해설위원의 꿈이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정확한 해설, 그리고 상대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며 질문을 던지는 그의 노련미의 비결이 궁금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었느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던 김대환은 “저는 아무래도 남의철 선수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남의철 선수한테 정말 많이 배우거든요. 쿠메 타카스케 라던지, 뷰실 콜로사 등 강력한 선수들과 싸워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값진 승리를 따낸 뒤에 얼굴이 엉망이 된 채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전사구나, 진정한 파이터구나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로써는 이렇게 선수들 옆에 설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죠. 선수가 이기고 나서 말한 내용이 어떻느냐를 떠나서, 경기가 갓 끝난 선수 옆에 서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땀 냄새도 맡고, 숨이 차 헉헉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인터뷰를 하는 그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그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로드FC가 제게 주신 큰 자산인 것 같아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김대환 해설위원이 로드FC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건 ‘로드FC 002’ 대회에서부터였다. 깔끔하고 정확한 해설,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과 영어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외국 선수들과 인터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대환은 ‘이번 대회에 손 깁스를 하고 해설을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깁스를 한 해설위원을 보실지도 몰라요”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늘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김대환은 로드FC을 오랫동안 지켜본 장본인으로써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로드FC 팬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로드FC에 칭찬을 보내주시던, 비판을 주시던 너무 감사 드립니다. 다만 정문홍 대표님 이하 로드FC 직원 여러분들, 특히 선수들이 티비에 나오는 모습 뒤에 100배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제 이름을 걸고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사진제공 | 로드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