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현 상무 (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거실 안방에서 손바닥 위 스마트폰으로 시청 패턴이 달라지며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국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제작 스튜디오가 늘어나는 가운데 CJ ENM은 2018년 ‘흥베이커리’, ‘스튜디오 온스타일’ 등 디지털 스튜디오를 하나로 뭉쳐 tvN D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미 ‘FC앙투라지’, ‘고인물 메이커’, ‘충재화실’ 등 예능 콘텐츠는 물론 ‘좀 예민해도 괜찮아’, ‘통통한 연애’ 등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인기 웹드라마를 보유한 있는 CJ ENM은 tvN D에서 방송을 통해 보다 디지털 플랫폼 혹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CJ ENM은 이런 변화의 중책임을 진두지휘할 수장으로 김석현 상무를 선택, 디지털콘텐츠 사업부장으로 맡겼다. 현재 tvN 기획제작총괄을 맡고 있는 김 상무는 1997년 KBS 24기 공채 프로듀서로서 ‘미녀들의 수다’, ‘개그콘서트’ 등을 연출했고 2011년 tvN으로 적을 옮긴 후에는 ‘코미디 빅리그’를 제작한 예능 분야의 베테랑. 김석현 상무에게 디지털콘텐츠와 tvN D에 관해 물어봤다.

-디지털콘텐츠 사업부장을 맡은지 4개월이 지났다.

디지털 전문가가 아닌데 저를 맡긴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상파에도 있고 많은 것을 겪어봤는데 이론적으로 일을 못해서 안된 것이 아니다. 큰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데 회사를 오래 다니고 제작집단을 움직여봤기에 사람들을 통합해서 이론이 아니라 실행의 힘을 기대한 것 같다. 머릿속으로 개념을 잡고 왔는데 사실 디지털 환경이 힘들다. tvN 일도 병행하고 있어 기존 집단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외에는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통해 보는 것을 디지털로 생각할 수 있는데 매체와 플랫폼이 달라지면서 그것에 맞는 것을 만드는 것. 기술의 발전을 쫓아가는 콘텐츠라고 해야 하나. 환경이 변화하더라고 유연하게 변화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경직돼서 움직이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저희 조직이 이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원래 개그 콘텐츠의 달인인데 디지털로 풀어낼 계획이 있는지.

디지털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미디·개그 콘텐츠의 수요가 많아졌다. 구 IP(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를 이용해서 재가공해서 하는데 MBC는 ‘하이킥’ 시리즈로 수익을 내듯이 요즘에는 ‘코미디 빅리그’를 많이 본다.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오리지널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코미디물은 시도하지 못했기에 만들어 볼까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제작진 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친구가 많지 않아 DNA를 이식시키려고 한다.

사실 디지털이라는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콘텐츠를 만들어서 뿌릴 수 있는 플랫폼도 중요하다. 과거 어떤 플랫폼이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많이 시도했는데 현재는 유튜브로 모아지는 환경에서 콘텐츠가 흩어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일정 수준 조성되면 개그맨이 놀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tvN D 엔터, tvN D 스토리, 슬라이스디, 온스타일 등이 있는데 4월부터 본격적으로 계정을 키우고 확장되면 본격적으로 코미디 채널도 생각하고 있다.

-CJ ENM이 기존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디지털 스튜디오와 지금의 차이가 무엇인지.

각 채널에 흩어져 있던 디지털 채널이 하나로 뭉쳤다. ‘스튜디오 온스타일’은 TV보다 디지털에 집중했고 ‘흥베이커리’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보조적인 집단이었다. ‘뭅뭅’도 합쳐지는데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컨벤션 팀도 ‘겟잇뷰티’를 중심으로 합쳐졌는데 다른 환경에서 있던 조직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야 해 그것을 조직하고 정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

정규 직원이 100여명 있는데 서로 간의 많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 새로운 브랜드 tvN D를 필두로 새로운 채널을 개설했다. 앞서 언급한 네가지 방향으로 정해졌는데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서 계정의 퀄리티와 가치를 높이고, 구 IP를 재가공해 수익을 거두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장 잘 만드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가 생겨나고 망하는데 우리는 기존 IP 자산과 안정된 제작 능력이 있다. 수익을 만들고 나아가서 과거 채널과 연관된 컨벤션, 디지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커머스 상품까지 발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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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마인드로 마음은 먹고 세팅은 했지만 살아 온 세월과 경험이 디지털 환경으로 세팅된 것은 아니다. 1997년에 입사해서 온에어 환경에서 21년을 경험하다가 이제 4개월 넘게 지났는데 뇌를 두개로 쪼개고 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보면서도 학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는데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대신 수많은 후배들은 즐기면서 이 환경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데 난 실무적으로 잘 이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젊은 친구들의 말이나 책을 보면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그것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없다.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을 경계하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 중이다.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듣고 배우고자 한다. 우리도 몇 명만 빼면 평균 나이가 20대다. 윗사람은 투자를 가져오고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나 역시 나보다 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것이 중요하다.

-과거 디지털 스튜디오가 가진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의 중요성은 최고경영자부터 가장 하단 직원도 알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TV 시장이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서 김태호 PD, 나영석 PD, 신원호 PD가 디지털만 한다고 지금까지와 같은 콘텐츠를 만들때 수익이 9라면 디지털에서는 1도 안된다. 그렇기에 디지털로 시작한 신생기업이 아니라면 기존의 에이스 제작집단이나 회사의 투자도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흥베이커리’나 ‘스튜디오 온스타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없었다. 더이상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코닥(Kodak)이 대응 못한 것처럼 우리도 뒤쳐지면 안될 것 같아 적극적으로 나가려 한다.

디지털 오리지널이 올드 플랫폼보다 질적으로 높다고 자신하진 못했다. 과거에는 디지털 콘텐츠를 마케팅이나 보전 수단으로 만든 것도 있고 뒤쳐지지 않게 보조적으로 가려고 한 것을 인정한다. 케이블 채널이 이제는 지상파보다 높은 퀄리티를 받았는데 이제 디지털 오리지널도 비슷한 것 같다. 특이한 것 뿐만 아니라 수준이 높은 거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현재 만들고 있는 디지털 오리지널은 퀄리티가 높지만 플랫폼 성격에 대한 이해도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핑계같지만 아직 미흡한게 홍보 마케팅에 투자할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다. “큰 회사가 왜 그래”라고 할 수 있는데 초창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적당히는 감내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투자하기는 힘들었다. 제작에 대한 양이나 질은 뒤쳐지지 않는데 마케팅이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소홀했다. 우리는 웹 환경에서 성공한 공식이나 올드 플랫폼에서 잘된 것을 흉내내거나 따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100원 손해 보는 것을 50원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틀 자체를 바꾸어 보자는 방향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공략하려고 하는지.

우리는 전세계를 상대로 해야한다. 글로벌이 아니면 될 수 없는 장사다. 대한민국 매체 환경이 로컬 중심으로 돼 있는데 우리는 외국 사람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 1억뷰를 한번 찍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2000만뷰를 찍어야 사실 본전이다. 전망을 어둡게 보진 않는다. 전세계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굉장히 많은데 유튜브 말고도 넷플릭스, 아마존 등 전세계 매체들이 살아 남으려고 하는데 우리 수요가 많아질 것 같다.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목표를 수립해 가는 과정이다. 현재까지는 국내 제1의 디지털 제작집단이라고 말할 수 없는데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최고의 디지털 제작집단이 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고 그 다음에는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그런 모델도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조직원이 자기가 하는 일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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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