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을 지휘하던 지난해 6월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이란-모로코전을 지켜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과 콜롬비아가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년 4개월 만에 재대결을 펼친다. 남미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콜롬비아엔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라다멜 팔카오, 예리 미나, 다빈슨 산체스 같은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 모두가 경계 대상이다. 하지만 선수들 못지 않게 주목할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란 대표팀 감독을 하고 있었다. 그는 2011년 4월부터 거의 8년간 머무르면서 이란에 사상 첫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안겼다. 이란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모로코를 누르고 포르투갈과 비기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비록 16강 진출에 아깝게 실패했으나 케이로스 감독 아래서 8년간 다진 조직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이 국내에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바로 ‘한국 킬러’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란 대표팀을 맡는 동안 한국은 이란과 총 5번 싸워 1무4패라는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2년 10월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이란 선수가 하나 퇴장당했음에도 0-1로 패했던 한국은 이듬해 6월 최종예선 홈 경기에서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 패배 때문에 한국은 종료 휘슬 뒤에도 카타르-우즈베키스탄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주먹 감자’ 사건도 이 때 터졌다.

2014년 9월 울리 슈틸리케가 한국 지휘봉을 맡은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테헤란에서 열린 친선 경기 때 한국은 0-1로 졌고, 2016년 10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에서도 한국은 또 0-1로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소리아 발언’까지 터지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이듬해 9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홈 경기에선 0-0으로 비겼으나 이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이란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저항한 것은 생각하면 사실상 이란이 웃은 경기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당시 입국 순간부터 “연습구장이 형편 없다”며 매일 같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고,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한국전 뒤 손흥민 유니폼을 얻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은 국내 축구팬들을 더 아프게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맞대결 때마다 한국을 쥐락펴락하며 괴롭혔다. 심지어 일각에선 “우리도 케이로스 같은 감독이 있었으면 좋겠다. 데려오면 안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달 전 아시안컵에서 우승,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이란과 결별하려 했더 케이로스는 이란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이란에서 남긴 깊은 인상을 바탕 삼아 콜롬비아 새 사령탑으로 오게 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2일 일본 원정에서 팔카오의 페널티킥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오는 6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전도 메이저 대회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소중하게 삼을 것이 분명하다.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역습을 날카롭게 구사하는 특유의 전술은 콜롬비아 대표팀을 맡아 더 빛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과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케이로스가 벤치에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한편으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케이로스를 잘 알고 있어 한국에게도 ‘케이로스 징크스’를 털 기회다. 케이로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이 끝난 뒤 사임했는데 그 뒤를 벤투가 물려받은 묘한 인연도 서로 갖고 있다.

콜롬비아는 2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치른 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소화한다. 26일 오후 8시 한국과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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