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와 클래식의 정석' 모델 천진호 이야기 [런웨이톡]
  • 입력 2019-05-15 06:50
  • 수정 2019-05-1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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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대한민국에서 롱런(Long-run)하는 모델은 얼마나 될까. 뷰티부터 슈퍼모델까지, 매년 수많은 모델이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평균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거다. 모델들에게 최종 목표를 물어보면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고 답이 가장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모델 천진호(41·에스팀)는 그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 '앙망'이라는 잡지로 데뷔한 천진호는 여느 모델들처럼 각종 패션쇼와 화보를 통해 자신을 알렸다. 그러다 삼십 대로 접어들었을 때쯤 어리면 어릴수록, 마르면 마를수록 선호하는 모델 세계에서 그가 선택한 건 몸을 키우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일, 즉 자신만의 '색'을 찾는 일이었다. 2006년, 아시안 모델을 찾아볼 수 없었던 해외무대에서 굵직한 쇼에 서는 행운을 얻었다. 그 후 해외시장에 갈증을 느낀 그는 2013년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그에게 롱런 비결을 물으니 대답은 간단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얻어진 노력의 결과라고. 자신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을 법도 하지만 천진호에게 그런 생각은 사치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무조건 유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운동을 하며 몸을 키웠고 저만의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클래식과 슈트 하면 천진호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편안한 옷보다는 몸에 감기는 슈트. 트렌디한 디자인 보다는 클래식. 그리고 여린 미소년의 이미지보다 선 굵은 남성미까지. 딱 이 세 가지로 정의를 내릴 법한 모델 천진호를 삼청동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나 그의 인생과 모델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2002년에 데뷔 후 지금까지 활동 중이네요. 비결이 뭔가요.


나이가 들면서 저만의 색을 확실하게 잡았다고나 할까요. 색이 없으면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저는 클래식하고 남성미가 강조되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게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랄프로렌'(Ralphlauren)과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라는 브랜드하면 천진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Q. 해외 활동 중 고충도 많았을 텐데.


일로 힘든 부분은 전혀 없어요. 정말 재미있고 열정적이죠. 하지만 언어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나이가 들어서 해외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소통이 안 되거나 피드백이 들어올 때 대충은 알겠지만 정말 세세한 부분은 한 번씩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꾸준히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답니다.


Q. 해외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2006년부터 밀라노와 홍콩을 오가면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계속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느끼게 됐고, 2013년에는 홍콩에서 1년 지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기반을 다지고 영어도 늘리고 일도 하면서 무작정 뉴욕으로 갔죠. 뉴욕 자체가 큰 마켓이거든요. 그래서 뉴욕을 기점으로 활동하면 LA, 밀라노 등 아시아 쪽으로 연결이 다 되고요.


심지어 중국 클라이언트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모델을 찾는 일도 있더라고요. 일도 연령대별로 다양해요. 한국은 범위가 좁아요. 주로 잘 나가고 어린 모델들 위주로요.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기회도 많고 재미도 있어요. 그래서 해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죠.


Q. 해외에서 섰던 첫 쇼. 기억나나요.


'CP컴퍼니' 쇼였어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때 당시에는 아시안 시장 자체가 크게 열리지 않았던 시기였어요. 아직은 작지만 크게 열리겠다는 가능성도 봤죠. 그때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던 기분이 들었습니다.


Q. 얼마 전 랄프로렌 캠페인 광고에 출연했더라고요.


제 꿈 중 하나가 '랄프로렌' 쇼에 서보는 거였어요. 뉴욕에 가자마자 랄프로렌 미팅이 잡히는 운 좋은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이 친구 되게 괜찮은데?"라면서 에이전시에 절 보내달라고 요청했고요. 그때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서른여섯이었거든요. 그런데도 랄프로렌 측에서는 "나이가 뭐 어때? 이미지가 좋잖아"라면서 "역시 아시아인은 남성미가 있으려면 나이가 들어야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캠페인 광고 촬영까지 하게 되면 금상첨화겠구나 생각했는데 절 써주더라고요. 동양인들은 어리고 마른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처럼 체격이 있고 수염이 있는 사람이 오니까 새로웠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쇼가 있나요.


두 가지가 생각나네요. 돌체앤 가바나(Dolcegabbana)와 딕 비켐버그(Dirk Bikkembergs)라는 쇼입니다. 먼저 돌체앤 가바나가 특히 기억이 났던 건 제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당시 섰던 큰 쇼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밀라노에 먼저 가서 회사를 구하려 했는데 안됐어요. 어리고 마른 모델이 대세기 때문에 힘들 것 같다는 평도 많이 들었고요. 그렇게 어렵게 회사를 구하니까 잘 풀리더라고요. 그 시기에 돌체앤 가바나 쇼에 섰을 때 정말 미치게 좋더라고요.


다음으로 딕 비켐버그라는 쇼는 오래된 유적지 같은 규모가 큰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하얀색 수영복을 입고 수구를 타고 있었어요.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가 워킹을 하는 거였죠. 무엇보다 쇼장 규모에 놀랐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200m를 걷는 느낌으로 워킹했어요. 규모적인 면이나 야외, 이 두가지 요소가 저에겐 가장 흥미진진했던 쇼였어요.


Q. 돌체앤 가바나 트렁크쇼에도 섰더라요.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모델은 자기 몸을 표현해야 하고 느낌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출에 부담은 없습니다. 완전 나체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언더웨어는 남성적인 매력을 표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선 노출에 대해 자연스럽게 오픈이 돼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그런 무대에 설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오히려 영광스럽죠.


Q. 기억에 남는 오디션 일화도 있을 것 같아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 오디션 현장은 뭐랄까. 재미도 있고, 굉장히 신선해요. 예를 들어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라는 브랜드의 오디션 현장을 가보면 극장 같은 곳에서 열려요. 그리고 극장의 문이 5시가 되면 쫙 열려요. 그때 대기하고 있던 200~300명의 모델이 다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밀치면서 달려들어 가요. 서로 먼저 오디션을 보려고요. (웃음)


Q. 천진호씨 만의 강점은 뭔가요.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하고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같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브랜드 미팅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게 많죠.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 당장은 절 안 쓰더라도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절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운도 좋고 잘 끌어내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다 얻어걸린 행운이 아니라 꾸준하게 제 관리를 하면서 얻은 노력의 결과죠.


Q. SNS를 보면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한 것 같아요.


비시즌이라고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모델도 직장인처럼 꾸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운동 뿐만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해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하루에 2~3개씩 꼭 넣어서 계획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Q. 마른 모델들과는 달리 운동한 몸을 만드셨더라고요.


제가 근육을 단련하는 이유는 감기는 느낌의 핏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운동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기도 하고, 많이 했거든요. 일부러 근육질의 몸매를 만든 거죠. 몸을 만들어놔야 안정감 있고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모델들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서 계속 이 모델 일을 하려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그때 몸을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운동광인 것 같네요.


얼굴도 중요하지만, 몸매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클라이언트들도 언제 어디서든지 절 찾을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농구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근력 강화운동으로 정확하게 근육을 단련하거나 빼고, 테니스도 최근 배우기 시작했어요.


Q. 주로 어떤 운동을 하나요.


크게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눠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가슴과 팔, 어깨와 이두근, 등, 하체 이렇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복근 운동은 매일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직접 보면서 제 몸을 디자인하며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Q. 평소에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나요.


유행을 많이 타는 것보다 무난하고 튀지 않게 깔끔하게 입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이런 이미지는 미팅을 갔을 때도 클라이언트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핏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헐렁한 옷보다는 살짝 딱 맞는 의상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Q. 런웨이와 화보 촬영 둘 중 어떤 걸 더 선호하는 편인가요.


이건 엄마와 아빠 둘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 같은데요? (웃음) 곤란하네요. 둘 다 좋긴 하지만 런웨이가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네요. 아직도 설레면서 긴장되거든요. 음악과 워킹할때 임팩트함이 심장을 두근두근 하게 만드는 게 있어서 좋더라고요.


Q. SNS를 봤는데 여자친구가 있더라고요.


하하. 사실 결혼을 준비 중입니다. 만난 지는 8년 됐죠. 올가을에 할 예정이고, 준비는 거의 다 끝난 상태예요. 신혼집도 지금 뉴욕을 베이스로 일하고 있어서 해외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자친구에게 같이 한번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제안했죠.


Q. 여자친구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기다려주고 롱디(장거리연애) 하면서 웃으면서 잘 기다려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


Q. 천진호에게 모델이란 뭘까요.


저에게 모델이란 직업 자체는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1인 기업이다 생각하고 스스로 관리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표정부터 워킹까지 내가 나를 잘 알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본보기가 따로 없거든요. 각자의 분야에서 잘 하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글 ㅣ 석혜란기자 shr1989@sportsseoul.com, 에스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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