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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씨(왼쪽)와 황보람이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출정식 후 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명단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어요.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여자축구대표팀 베테랑 수비수 황보람(32·화천KSPO)은 아기엄마다. 지난해 2월 남편 이두희(34) 씨 사이에서 낳은 딸 이봄 양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을 황보람은 제대로 볼 수 없다. 다음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황보람은 이달 초 대표팀에 합류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황보람은 여자대표팀 최초로 ‘엄마’ 신분으로 월드컵에 나선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황보람은 “최초라는 것 자체가 많은 부담이 된다”라면서도 “내가 잘해놔야 후배들도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대표팀에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감을 털어놨다.

이날 현장에는 황보람의 남편 이두희 씨도 참석했다. 황보람이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 딸을 안고 아내를 지켜봤다. 출정식 도중 잠시 시간을 내 본지와 만난 이두희 씨는 “사실 이렇게 월드컵에 다시 갈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대표팀에 오랫동안 가지 않았고, 아이도 있어 아예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정말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금도 정말 기쁘다.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두희 씨 말대로 황보람은 2016년 이후 A매치에 뛴 적이 없다. 2017년 임신한 기간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출산 후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공백이 있었다.

이두희씨(왼쪽)와 황보람이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출
이두희씨(왼쪽)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출정식 후 딸을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정다워기자

이두희 씨는 “저는 아내가 출산 후에 현역으로 복귀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골키퍼도 아니고 필드 플레이어 아닌가. 축구를 계속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는데 최고의 선수들만 가는 월드컵까지 가게 됐다.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그런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제 와이프가 그런 선수라고 하니까 감격스럽다. 지금도 벅차다. 행복하다. 지금은 우리 딸이 엄마가 어디 가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조금만 더 크면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 역시 남편으로서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봄 양은 이제 태어난지 14개월이 됐다. 이두희 씨는 프랑스 현장으로 가 아내를 응원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마음으로는 직접 가서 보고 싶은데 아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어려서 이동이 쉽지 않다. 이번에는 집에서 TV로 응원하려고 한다. 기운을 받아 잘 하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엄마인 황보람은 딸 걱정에 여념이 없다. 이날도 “아기가 아프다고 해도 옆에 있어줄 수 없어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두희 씨는 “아내가 아기 걱정을 많이 한다”라며 걱정한 후 “봄이는 걱정하지 말고 잘 먹이고 아프게 잘 키울 테니까 월드컵만 생각하고 잘 하고 오라고 했다. 육아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다. 아내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 한 달 후에 와도 괜찮으니 다치지 말고 좋은 성적 내고 오길 바란다”라며 아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