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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열린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패배한 권아솔이 케이지를 떠나려 하자 정문홍 전 대표가 권아솔을 잡고 케이지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오른쪽 푸른색 트렁크의 주인공은 만수르 바르나위.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지난 18일 제주도 한라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격투 이벤트인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이 열렸다. 2년 6개월의 대장정 끝에 권아솔과 만수르 바르나위가 케이지에서 만났다. 결과는 1라운드 3분 44초, 바르나위의 리어네이키드초크에 의한 서브미션 승이었다. 권아솔의 완벽한 패배였다. 승리를 자신했던 권아솔은 고개를 떨구었다.

권아솔의 패배에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 권아솔-바르나위 전에 관한 기사의 댓글 중 90% 이상이 악플일 정도로 팬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입만 산 트래시토커’, ‘허세 챔피언, ‘노답’ 등 최종전에 관련된 기사의 댓글 대부분은 권아솔에 대한 악플로 넘쳐났다. 15일 열렸던 기자회견부터 18일 최종전까지, 관련기사는 주요 포털의 스포츠 전체 기사 중 상위권을 유지하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최종전의 패배로 권아솔은 악플 세례에 시달렸다.

이 와중에 정문홍 로드FC 전 대표가 20일 자신의 SNS에 “권아솔의 패인은 나에게 있다. 100만불 토너먼트는 3년 전에 내가 기획한 것이었다. 홍보를 위해 권아솔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권아솔이 상처를 입던 말던 대회의 홍보를 위해 악역을 맡았다”며 “2년 6개월은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기간이었다. 알면서도 대회의 성공을 위해 권아솔을 내세웠다. 이제 상처입은 권아솔을 편히 쉬게 하고, 비난의 화살은 나에게 퍼부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전 대표로서, 기획자로서 안쓰러움을 나타내며 권아솔을 감싼 글이었다. 하지만 이글도 악플로 넘쳐났다.

이에 권아솔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너무 화가 납니다. 욕하십시오. 저는 멍청해서 법정에 서는 것도 귀찮아 할 뿐더러 제 명예가 어디 있다고 누굴 고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라며 “욕하는 사람들 중에 십 원짜리 하나 보태줬습니까. 그냥 힘들게 어렵게 운동하는 운동선수일 뿐입니다. 선을 지키지 못하는 여러 사람들 때문에 저까지 이런 글 남깁니다. 고소 안합니다. 그 대신 선은 지키세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종전 패배는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고, 탓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권아솔과 바르나위는 가장 주목받는 최고의 이벤트에서 최선을 다했다. 정문홍 전 대표도 불모지 같은 한국 격투기에 새바람을 불어 넣으며 로드FC를 단박에 세계 10위의 단체로 만든 장본인이다. 100만불 토너먼트도 한국의 격투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모두 피와 땀을 쏟은 끝에 얻어낸 결과다. UFC의 트래시토커로 유명한 코너 맥그리거도 팬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성추문 등 개인적인 일들이었다. 경기력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분명 권아솔과 정문홍 전 대표는 한국격투기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선구자들이다. 소중한 자원이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스포츠맨십이 아쉬운 때다.

◇ 정문홍 전 대표 SNS 글 전문

“옷갖 욕설을 듣고 혼자 감내하고 있는 아솔이를 보니 진실을 말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백만불 토너먼트는 3년전 제가 기획했던 겁니다. 그동안 아솔이의 트레쉬 토크는 제가 시킨것이고 아솔이는 남에게 나쁜말을 할줄도 모릅니다. 아솔이가 경기감각이 무뎌지던지 말던지 아솔이가 악플에 시달리던지 말던지 부담감과 외로움에 매일 눈물을 흘리던지 말던지 최대한 토너먼트를 오래끌어서 로드를 홍보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이었던 겁니다. 아직은 어린 아솔이 로써는 버티기 힘든 긴 시간이었을 겁니다. 대표직을 내려놓았을때 아솔이에게 이렇께 큰 짐을 짊어지게할 계획을 같이 접지 못했던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어떠한 선수라 해도 2년6개월의 공백이 있으면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2년간 뼈를 깍는 훈련을 했지만 오랜기간 시합을 뛰지못해 무뎌진 경기감각과 엄청난 부담감이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되었던거 같습니다. 순진한 아솔이는 단체와 후배들을 위해 의무감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저에게 이용 당했던 겁니다. 이번시합의 책임은 아솔이가 아닌 저에게 있는겁니다. 모든 비난은 저에게 하시고 아솔이는 가족들 품에서 잠시 쉴수 있게 해주세요.”

◇ 권아솔 SNS 글 전문

“너무 화가 납니다. 욕하십시오. 많이들 욕해.. 저는 멍청해서 법정에 서는것도 귀찮아 할 뿐더러 제 명예가 어디 있다고 누굴 고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 상황이 이렇게 까지 와 버렸는지. 그냥 제가 못해서 진 것일 뿐인데. 선수가 경기력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질타와 비난 감수해야 하죠. 근데 욕하는 사람들중에 돈 십원짜리 하나 보태줬습니까? 다른 스포츠는 그렇게 욕을 먹어도 국가에서 돈줘 기업에서 돈줘 하다못해 국민들도 돈을 써가면서 욕을 하지요.이 스포츠는 스포츠로 인정받는것도 십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근데 욕하는 사람들은 로드fc 한국 종합격투기에 소비자 이십니까? 이익 한푼안나고 맨날 생기기만 하면 망하는 이동네에 자기돈 들어가면서 이곳에 단체를 정문홍 전 대표님이자 관장님이 왜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을까요?? 그리고 아직도 자기돈 적자나면서 왜 유지하고 계실까요?? 이 판에 있는 제자들, 후배들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게 하겠다고 지금도 밤에 3,4시간도 못주무시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십니다. 그래서 저같은 놈 많이 밀어주셨습니다. 말은 시키셨다고 하셨는데, 전 제 생각에 맞지 않으면 누구 말 듣지 않습니다. 누구한테 십원짜리 한개에 고개 숙여 본 적도 없구요. 근데 저도 한국 종합격투기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힘든 시장 이거 아니면 사람들이 봐주질 않습니다. 원래 저는 싸가지 없는 놈입니다. 그래서 남 까는거 잘하니까 하던데로 한겁니다. 그게 지금 상황이랑 잘 맞아 떨어진거구요. 그래서 이번 시합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전 정말 로드fc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할 것이고, 했어야 할 일 입니다. 단지, 저같은 놈이 해서 이정도 밖에 못했다 생각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선수가 시합을 못했다면 욕을 먹어야 하지요. 근데 선은 지키십시오. 저희는 범법자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닙니다. 그런다고 공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닙니다. 그냥 힘들게 어렵게 운동하는 운동 선수일 뿐입니다. 선을 지키지 못하는 여러사람들 때문에 저까지 이런 글 남깁니다. 고소 안합니다. 그 대신 선은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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