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대전 한화전에 앞서[포토]
두산 김태형 감독이 30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19.4.30 대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경기 시작 전에 감독은 공식적으로 취재진과 만난다. 시간은 10분에서 20분 정도. 만남의 장소는 더그아웃. 그날의 뉴스거리에 따라 인터뷰 시간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성적이 좋은 팀의 감독은 표정이 좋다. 애깃거리도 많다. 취재진과의 인터뷰는 부드럽게 진행된다. 반면 부진한 팀의 감독은 인터뷰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 말도 아낀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담스럽다.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경기전 인터뷰는 공식 행사라 거부할 수 없다. 싫던 좋던 기자들 앞에서 팀 상황을 브리핑 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팬들은 그런 감독 기사만 잔뜩 나오는게 마뜩잖다. 특히 연패에 빠진 팀의 경우 감독이 이러쿵저러쿵 변명만 늘어놓는 것 같아 불만이다.

수도권 팀의 모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감독 인터뷰가 중심에 있다. 팬들은 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감독에게 인터뷰가 집중되니 부담되고 피곤하다. 의도하지 않은 내용으로 기사가 나갈때도 있다. 사실 감독들은 자기 기사가 많이 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속내를 토로했다. 그러나 10개 구단 감독의 기사는 팀 상황과 관계 없이 전체 야구 콘텐츠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 인터뷰 직무에 충실했고 취재진은 그 내용을 정리해 여러 기사로 만드는 까닭이다.

감독에 비해 경기전 선수와의 접촉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취재진은 훈련중에 지나가는 선수를 붙잡고 한 두 마디 듣는다. 구단 홍보팀에 부탁해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다수의 매체가 한 선수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다양한 기사가 아닌 같은 맥락의 기사가 단시간내 쏟아지는 이유다.

KBO리그에 이같은 관행이 정착된 것은 자신들만의 휴식공간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선수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스템이 유지되면 감독 중심의 기사 풍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MLB는 KBO와 다르다. 라커룸을 개방해 개별 선수 취재를 허용한다.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에 20분 정도 라커룸을 오픈한다. 그 대신에 훈련 준비하는 선수를 붙잡아 진행하는 인터뷰는 없다.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야구 콘텐츠는 풍성하다. KBO리그도 경기전 라커룸 개방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팬들은 감독의 말잔치만 바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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