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KIA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오른쪽)가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에서 1회말 최형우의 좌중월 2루타 때 득점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절반의 성공이다. KIA가 이른바 ‘터커 효과’가 정상궤도에 들면 타선 응집력이 폭발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부진하던 최형우가 시즌 첫 4안타를 폭발하며 타점 3개를 쓸어 담았다. KIA 타선이 기대하던 응집력이 모처럼 빛을 발했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를 3번 타순으로 전진배치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붙박이 3번타자로 나서던 안치홍의 타격 부진이다. 박 감독대행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타석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오히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들어설 수 있는 타순이 낫다”며 안치홍을 6번 타순으로 내렸다. 박 감독대행은 “터커는 내가 좋아하는 스윙을 갖고 있다. 힘이 있는 타자라 KBO리그 투수들에 적응을 하면 장타력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형우
KIA 최형우가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 1회말 1사 1, 3루에서 좌중월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올해 KIA의 고전은 타격침체 때문이다. 젊은 투수들로 시즌을 치르는 중이라 타선이 어느정도 버텨줘야 승산이 있는데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권 타율 0.239로 최하위였다. 타선 전체가 침체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숨통을 트일 역할을 해야하는데 터커에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박 감독대행은 “터커는 스윙에 힘도 있고 공과 배트가 만나는 면도 넓다. 높은 공에 강점을 가진 스윙인데 몇 경기 더 치르면서 투수들 공을 보다보면 장타력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안도 있다. 터커가 3번 타순에서 클러치 히터 역할을 하면 자연스럽게 최형우에게 기회가 많이 온다. 통산 타율이 0.317(20일 현재)에 달하는 중심타자라 분위기만 타면 언제든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중심타선에 힘이 붙으면 타선 전체가 팀타율 3할을 돌파했을 때처럼 터질 수 있다. 박 감독대행도 “이런걸 두고 시너지 효과라고 한다”며 반등을 바랐다.

상대가 고졸(용마고) 2년차인데다 이날 1군 데뷔전을 가진 신인투수 이승헌(21)이라 직접적인 기준은 될 수 없지만 초반 타선 응집력으로 박 감독대행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특히 최형우는 지난달 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34일 만에 3안타를 때려냈다. 9-6으로 승리를 굳힌 8회말에도 깨끗한 좌전안타로 올시즌 첫 4안타 경기를 했다. 타점도 3개를 보탰는데 터커가 연결한 기회에서 모두 장타를 날려 타선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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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타순에서 6번타자로 자리를 옮긴 안치홍(왼쪽)이 21일 광주 롯데전에서 득점한 뒤 이창진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1회말 1사 후 박찬호가 중월 3루타로 포문을 연 뒤 터커가 KBO리그 데뷔 첫 볼넷(사구 제외)을 골라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자 최형우가 깨끗한 좌중월 2루타로 팀에 두 점을 먼저 안겼다. 그러자 유민상까지 빗맞은 우익선상 2루타로 최형우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3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터커가 좌월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최형우가 또 한 번 좌월 2루타로 3번째 타점을 올렸다. KIA는 3회말에만 4점을 더 뽑아 지난 3일 창원 NC전 이후 처음으로 7점 이상 뽑아냈다. 이날 경기까지 5점 이상 뽑은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선 반등이 분위기 쇄신의 첫 단추라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선발로 나선 조 윌랜드가 4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10안타 6실점해 경기 흐름을 안갯속으로 몰고갔지만 7회말 2사 2, 3루에서 박찬호가 천금의 쐐기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뽑아 승기를 잡았다. 터커에서 파생한 타선 응집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증명한 한 판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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