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재와 경찰야구단 해단[이웅희의 야담농담]
  • 입력 2019-07-12 06:01
  • 수정 2019-07-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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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미디어데이 정운찬 총재 인사말 [포토]

KBO리그 미디어데이가 21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10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참석하고 있다. 정운찬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3.21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국 프로야구 육성의 ‘요람’ 구실을 하던 경찰 야구단이 한 달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으로 부임하며 야구 부흥을 외쳤던 정운찬 총재도 경찰 야구단 해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찰 야구단은 지난 10일 서산구장에서 한화 2군과 마지막 번외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경찰 야구단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내린 비로 우천취소됐다. KBO 시행세칙에 따라 추후 편성은 되지 않았다. 경찰 야구단은 서산구장 실내연습장에서 간단히 훈련을 마친 뒤 동그랗게 모여 서서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애써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냈다. 경찰 야구단 선수들을 관리 감독하며 같이 생활하던 한상재 관리반장은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2005년 창단한 경찰 야구단은 14년 동안 퓨처스리그(2군)에 참가해 선수들의 성장 터전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인해 경찰 야구단도 존속하기 어렵게 됐다. 더 이상 새로운 선수를 뽑지 못했고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 다음달 전역하면 경찰 야구단은 자연스럽게 해단된다. 지난달 30일 벽제에서 열린 경찰 야구단의 마지막 홈경기에는 KBO 류대환 사무총장과 이진형 경영본부장, 정금조 운영본부장 등 KBO 고위 관계자들이 역사적인 자리를 함께 했다. 정 총재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경찰 야구단의 공식적인 마지막 경기인 10일 서산구장을 찾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산으로 이동하던 정 총재는 경기가 우천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차를 돌렸다. 이 본부장 등 KBO 관계자들만 서산에 도착한 뒤 현장을 살피다 경찰 야구단이 짐을 싼 뒤 돌아갔다.

경찰야구단

경찰 야구단 선수들이 10일 서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와의 퓨처스리그 번외경기가 비로 취소된 뒤 훈련을 마치고 관리반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서산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외부로 드러나고 알려지는 공식행사가 아니더라도 프로야구의 수장으로서 현장을 직접 찾아 해단을 앞둔 경찰 야구단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살피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는 없었을까. 이미 현장은 정 총재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하다. A구단 관계자는 “총재라면 경찰 야구단 폐지를 막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던 것 아닌가. 어린 선수들에게 경찰 야구단은 공백 없이 야구를 계속 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B구단 관계자도 “국무총리를 한 정치인이고 교수였던 총재라 기대했었는데 경찰 야구단 해단을 막지 못했다. 대안이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아무 소식도 없다. 야구를 많이 좋아한다고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야구 발전에 더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총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제 선수들이 공백기 없이 야구를 하며 군복무 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상무 뿐이다. 정 총재는 정부에 상무 증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 제안건으로 진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KBO에서 아직 검토 중인 대안이나 대책도 없다. 수장이라면 자신의 치적에만 함몰되어선 안 된다. 아직도 야구인들은 정 총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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