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류준열이 역사 속 뭉클한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관객 앞으로 돌아왔다.

류준열은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에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전작에서 보여진 류준열의 모습과는 또 다른, 냉철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변신해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최근 국내 반일정서와 맞물려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

‘봉오동 전투’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들의 얼굴을 연기한 류준열을 만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봉오동 전투’를 통해 색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떤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늘 제 영화를 어렵고 쑥스럽게 보지만 더욱 의미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위로도 되고, 기분 좋은 승리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원신연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감독님의 데뷔작부터 모두 극장에서 봤다. 설경구 형님께서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 함께 현장에서 너무 좋았다. 영화가 얘기하고 있는 것 중에 리더십도 있는데 감독님의 리더십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책임감을 넘기거나, 덜려하지 않고 본인이 끌어 안고 가려는 것에서 감동을 받았다. 작품을 통해 역사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되고 한편으로는 이런 영화가 1년에 많이 나오는 영화가 아닌데, 제안해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려 했나?

이장하의 독립군을 보여드리고 싶어 고민했다. 유해진 선배, 조우진 선배의 호흡이나 맛깔스런 연기에 끌리고, 따라가고 싶기도 하고, 섞이기도 했는데 고민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캐릭터가 혼자 도드라져 보이면 보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제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돼서 걱정을 많이 했다. 연기를 하다 보니 걱정이 커져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밤마다 감독님의 방에 찾아가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후시 녹음을 할 때까지도 계속 캐릭터에 대해 제안했다.

-산을 타고, 빠르게 달리거나, 총을 쏘는 장면이 많아서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산 타는 장면이 많았는데 스태프와 배우 분들을 통틀어 유해진 선배가 ‘넘버원’이었다. 퇴근할 때도 걸어가신다.(웃음) 총을 쏘고 이런 것들은 명사수 역할이다 보니 연습을 많이 했다.

와이어 액션도 하고 대역 분들의 도움도 받았다. 실제로 뛴 장면이 스크린에 아슬아슬하게 보여져 다행이다. 축구도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즐기며 뛰었다.

-독립군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이 왜 없겠나.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이었고 감사한 일이었다. 배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류준열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캐릭터를 입는 스타일은 아니다. 안에 있는 역할과의 공감대를 키워 연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번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결정에 있어 공감대를 찾으려 애썼다.

류준열
배우 류준열. 사진 | 쇼박스 제공

-함께한 유해진은 ‘택시운전사’, 조우진은 ‘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다시 만나 어땠나?

선배들의 덕을 많이 봤다. 제 고민을 말한 적이 없었는데 이미 알고 계시더라. 좀 더 도와주셔서 완성도를 높여주시는 면에서 정말 베테랑이라 생각했다. 신세를 많이 지며 재밌게 했다. 충격적인 것이 제가 데뷔한 지 4년 밖에 안됐다.(웃음) 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두 분과 함께 했던 작품은 데뷔 초였기에 선배들을 대하는 것도 어렵고 스스로 겁먹고 그랬다. 이제는 현장에서도 조금 여유가 생기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나누게 되더라. 지금은 너무 친한 사이가 됐다. 동네 형들 같은 느낌이라 어떤 날은 영화보다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눴다.

-역사책 속 독립군들의 모습과 높은 싱크로율로 일명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이 있다.

너무 좋고 감사한 수식어다. 연기에 있어 극찬을 받은 느낌이 든다. 하고자 하는 연기나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원래 거기 있는 사람처럼 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 표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연기하고 싶다.

-‘봉오동 전투’는 개봉 시기가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된 시국과 맞물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독님게서 오래 준비한 영화기에 그것보다 기록의 영화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봉오동 전투’는 실제 자료가 많지 않다. 영웅이 아닌 이름 없는 숫자로만 기억 될 수 밖에 없는 분들의 희생, 그 분들의 노력을 우리가 점점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은 지금 상상하지 어려운 일이다. 더 기억해주실 수 있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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