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박해수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박해수는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양자물리학’(이성태 감독)에서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 하나로 업계 최고 자리에 오른 클럽 사장 이찬우 역을 맡았다. 지난 2007년 연극 ‘미스터 로비’로 데뷔한 박해수는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2년 MBC 드라마 ‘무신’으로 새롭게 활동 무대를 옮긴 박해수는 2017년 방송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의 주연을 맡으며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안정적인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해수는 신중한 선택 끝에 ‘양자물리학’으로 돌아왔다. 첫 영화 주연에 설렘을 드러낸 그는 진중한 모습으로 연기에 대한 무한 애정을 밝혔다.

-‘슬빵’이 워낙 잘 됐기에 이후 행보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슬빵’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좋은 인지도를 얻게 해줬다. 그래도 그 이후 따로 작품 방향성을 정하지는 않았다. 발판을 삼아서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던 길 그대로 좋은 작품, 캐릭터에 대한 부분만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어디 있냐”며 발돋움해야 할 때라고 하시더라. 연극 팬들은 연극으로 돌아오라 하셨고, 또 다른 분들은 연극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사실 저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웃음) 고민도 했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어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슬빵’ 이후 이전과 작품 선택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물론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의 기회가 많아졌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무래도 흔들리지 않았나?

물론 이야기를 들을 때 가치관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분명히 저는 노를 젓고 있었고, 잘 젓고 있는데 과하게 저어서 노가 부러지느니 천천히 가는 속도로 가려 했다. 제가 가는 속도도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일희일비 할 때도 있다. 주변에서는 매체에 더 나와 인지도를 높이라 하셨는데,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쓰임을 받고 싶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박해수의 주변 멘토도 궁금하다.

멘토 분들이 많다. 배우 임철수나 진선규 형, 이희준 형 등 흔들릴 때 잡아주는 배우들, 좋은 선배님들이 많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잘 하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혼자 있으면 굉장히 많이 비틀거려서 주변에 많이 물어보곤 한다.

박해수
배우 박해수. 사진 |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배우 생활을 하며 확신을 느꼈을 때가 있었나?

어떤 계기가 있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못했다. 좋은 일들이 주어져서 한 발씩 가고 있는데 꼭 어떤 배우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것보다는 무언가 내가 할 일이 있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에 연극 ‘사춘기’를 했을 때 한 고등학생 관객이 앞에서 많이 울더라. 나중에 가서 위로를 해줬더니 고맙다며 인생을 끝내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게 됐다고 하더라. 그 친구가 너무 인상 깊었다. 제가 연극을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이 흘러 ‘유도소년’ 공연 당시 어떤 친구가 와서 울고 있더라. 과거 그 친구였다. 잘 지내다가 사회생활을 하다 힘든 점이 있었다더라. 그 친구가 고맙다고 이야기 하는데 ‘내가 그동안 잘 만들어 왔구나’ 생각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위로가 됐다.

-연기를 하며 가장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호흡을 했을 때 짜릿함이 있다. 피부적으로 재밌고 행복한 것을 느낀다. 그런 부분에서 연기가 재밌다. 조금씩 매체 연기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도 의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기술적인 것이나 이런 것 외에는 진짜 연기는 아프고 고달프다.

-연극 무대에 대한 계획도 있는지?

좋은 연극 작품이 있다면 언젠가는 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구분을 짓지 않고, 좋은 대본과 좋은 캐릭터라면 따지지 않고 할 것이다.

-촬영이 없을 때 어떤 일상을 보내나?

운동을 워낙 좋아한다. 요즘은 이희준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하며 독서 전달을 받았다. 책을 재밌게 보고 있고 드라마 ‘키마이라’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평소에는 여행도 워낙 좋아한다.

-‘스폰지’처럼 다른 사람들의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

스폰지라는 말이 좋다. 어떻게 보면 색깔이 없다는 좋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영향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사람이 여러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저는 남의 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연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의 연기나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 ‘김씨표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힘들 때 자주 보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 외롭기도 하고 유쾌하다.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는 신선한 것도 해보고 싶다. 사실 어떤 장르나 제겐 아직 다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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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메리크리스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