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저는 범인, 그 사람의 심리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분이 살아 계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올 거라 생각했다”(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의 한마디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과연 만약에 범인이 공개된다면, 봉감독의 말대로 ‘살인의 추억’을 지켜봤을까.

우리나라 강력범죄 수사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첫 사건 발생 33년 만에 극적으로 확인되면서, 과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용의자가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일어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연극 ‘날 보러 와요’(김광림)가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작이다.

당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함께 실존사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디테일 장인’ 봉준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당시 사회상을 잘 담아내 흥행에 성공,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이 사건을 다룬 장본인이었던 만큼, 지속적으로 사건에 대해 언급을 해왔다. 개봉 당시에는 “기억하는 것 자체가 범인에 대한 응징의 시작”이라며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범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3년 10월 29일 ‘살인의 추억’ 개봉 10주년 기념 관객과의 대화에선 “저는 범인, 그 사람의 심리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며칠 전부터 만약 그 분이 살아 계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올 거라 생각했다”면서 “혈액형은 B형이고, 1986년 1차 사건으로 보았을 때 범행 가능 연령은 1971년 이전에 태어난 남성이다. 1971년 이전생들 중 여기 계신 분 가운데 B형들을 추려서 신분증과 함께 모발을 하나씩 대조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영화에도 나온 9차 사건 희생자 여중생 치마에서 정액이 나왔고, 경찰이 정액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10주년 행사에 올 수 있다. 저기 지금 누가 나가시네요”라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쇄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진바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목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는 50대 A씨로 1991년 4월 마지막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 최근에 또다시 강간 살인 범죄를 저질러 모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이를 역산하면 범행 당시 20대로 추정되는 A씨는 71세이던 노인은 물론 10대인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만행에 가까운 범죄를 저질러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것도 모두 신체적 약자인 여성들이 노여움을 보탰다.

앞으로 경찰이 유력용의자를 상대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A씨가 도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사는 곳은 어디였는지 등이 차례차례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유력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경위 등 자세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