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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日 오리콘 차트 1위’, ‘일본 팬미팅·콘서트 성황리 종료’ 등 올 봄까지만해도 이런 제목의 기사를 연예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히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이를 홍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K팝 아티스트의 일본 활약에 대해 한국 연예계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달라진 한일관계…먼저 알리긴 조심스러워

K팝 아이돌의 중국 활동이 제한된 한한령(限韓令) 이후 일본은 해외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 중국 내 한국 콘텐츠 혹은 한국 연예인 출연이 제한됐다.

특히 한국 가요계는 사실상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이기에 K팝과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일본은 신인은 물론 다음 단계로 성장을 꾀하는 많은 팀에게 좋은 창구다. 대형 아이돌 그룹들 역시 앨범이나 공연 등 일본 활동으로 얻는 수익은 우리가 생각한 것이 이상으로 엄청나다.

하지만 올 여름부터 양국 간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일본이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 규제 강화 통해 1차 보복에 나섰고 지난 8월에는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국내에서도 ‘일본 불매 운동’을 통해 불공정한 일본에 대해 반발하고 시위하며 양국 관계의 긴장이 팽팽해졌다.

아직은 K팝 아티스트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현재도 많은 K팝 아티스트는 일본에서 음반 발매를 하고, 오리콘차트나 앨범 판매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또 대규모 투어를 비롯해 성공적인 콘서트나 팬미팅도 변동없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성과에 대해 알리거나 그보다 일본내 활동에 대해 알리는 것에 대해 많은 기획사와 아티스트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 활동은 사드로 막혀서 해외 활동은 일본으로 우회했는데 이마저 불매 운동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조심스럽다. 문화교류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초기 일본에 여행을 간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은 사례가 있어 먼저 나서서 타깃이 되지 않게 더 조심하는 것 같다. 현재 일본에 대한 정서가 안좋기 때문에 강요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숨길일은 아니지만 지금 정치적이나 시기적으로 아이돌 기획사 입장에서 여러 활동을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일본 활동은 다들 전과 같게 하고 있고 일본 K팝 팬 역시 지금 한일관계를 신경 쓰지 않는 세대다. 한국 팬들 역시 일본 가서 공연을 하고 외화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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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 日 단독 개최…K팝 콘서트와는 다른데

현재 한일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와 달리 Mnet은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를 오는 12월 4일 일본 나고야 돔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을 모태로 한 ‘MAMA’는 2009년 아시아 음악 시상식으로 성장을 꾀하며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한 후 2010년부터는 마카오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무대를 펼쳐오고 있다. 2017년터 베트남, 일본, 홍콩 등 아시아 3개 지역에서 시상식을 넓히며 외연 확장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한국, 일본, 홍콩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 국내외 상황을 고려한 결국 일본에서만 개최한다.

Mnet은 최초 돔 개최와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정치 이슈와 별개로 민간 문화 교류를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공허한 외침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이미 가요계에서는 2019년 MAMA 역시 일본과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3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해 홍콩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개최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그리고 현재 한일 관계를 지켜본다면 나고야 역시 재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CJ ENM은 일본 단독 개최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대관 및 향후 CJ ENM 및 Mnet의 일본 사업이나 활동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많은 대중은 과거부터 ‘아시아의 그래미’를 꿈꾸는 ‘MAMA’가 K팝의 탄생지인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개최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시상식 역시 일본과 홍콩에 비하면 사실 들러리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MAMA’의 경우 K팝 아티스트의 팬들을 위한 콘서트나 공연과는 달리 상을 수여하는 다른 의미를 가진 행사이기에 일본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나고야에서만 시상식을 하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 역시 이런 시국에서 왜 나고야에서 시상식을 열어야 하는 반응이 많다. 홍콩은 현지 상황을 감안하지만 한국 등을 배제하고 일본에서만 개최해서 더 큰 비난을 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