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톡] '런스타' 안정은 "백수 시절, 무작정 달렸더니 꿈 이뤘죠"
  • 입력 2019-10-09 06:30
  • 수정 2019-10-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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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양민희기자] "안녕하세요. 러닝전도사 안정은(28)입니다." 요즘 달리기 좀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는 그녀의 인사법은 독특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 이후 승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비자 문제로 1년간 원치 않았던 백수 생활을 하게 됐다는 안정은.


마라톤 풀코스 7회, 철인 3종 경기 완주 등 각종 대회에서 받은 메달만 130개. 최근에는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에 참가해 250km 완주에 성공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러너로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멈추지 않던 눈물을 땀처럼 보이게 하고 싶어 힘들었던 시절 미친 듯이 뛰었던 5분이 인생을 바꿨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는데요.


달리기 참 좋은 햇살 가득한 날. 마라톤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인터뷰를 위해 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건강한 러닝 문화를 국내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있는 '러닝전도사' 안정은입니다.


Q) '러닝계 연예인'으로 유명해요. 요즘 인기 실감하는지.


아직 신기하기만 해요. 저를 보고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큰 힘이 돼요. 작은 움직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Q) 원래 대학교 시절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고요.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개발자가 됐습니다. 전공을 컴퓨터 공학으로 선택한 이유는 부모님이 원해서, 선생님이 원해서, 돈을 많이 벌고 유망한 직업이기 때문에 사회가 원해서 등의 이유였죠. 막상 직장 생활을 하고 보니 제가 하고 싶었던 일과 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들을 보냈어요. 9시에 출근해 18시까지 컴퓨터랑 대화를 하니까 사람과 마주치지 않아서 내가 틀린 건지 맞는 건지 어디다가 물어볼 수가 없었죠. 결국 6개월을 다닌 뒤 사표를 던졌어요.


Q) 퇴사한 뒤 어떻게 지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원래부터 꿈이었던 승무원에 도전했는데요. 영어와 중국어 공부, 구두 신고 걷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한 시간씩 거울 보며 미소 짓는 방법을 터득하며 독하게 준비했어요. 노력의 결실로 원하던 중국 항공사에 합격을 하게 됐지만, 당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가 터지면서 한국 합격생들한테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죠. 최종적으로 200명의 합격생 중 199명만 비자가 나오고 한 명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저였어요.


Q) 힘들었던 시기에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증까지 왔다고.


비자를 기다리는데 주변에서 "취업한 거 거짓말이냐", "사기당한 거지"라며 안 좋은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원망도 해봤지만 답이 없더라고요. 우울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뎠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고 피하게 되다 보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면서 집 밖을 나오지 못한 게 1년이 걸렸네요.


Q) 그러던 중 인생을 바꿨던 순간이 찾아온 거네요.


어느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답답한 마음에 용기를 내어 밖을 나갔는데, 안에서 흐르는 눈물이 밖에서도 흘러넘치더라고요. 제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눈물을 땀처럼 보이게 하려고 5분 동안은 미친 듯이 달렸는데 그 순간이 제 인생을 바꿔버린 날이 되어버렸죠.


Q) 과거 폐에 구멍이 있는 '기흉' 판정을 받을 만큼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는데. 왜 많은 종목 중 달리기였나요.


몸은 아팠지만 달리기가 가장 쉬웠어요. 그냥 아무것도 없이 밖에 달랑 운동화 신고 나왔는데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제 두 다리로 달리는 일이더라고요. 내 몸 하나로 부딪치는 가장 직접적인 행위였습니다.


Q) 달리고 난 뒤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남들과 비교를 많이 했는데 달리고 난 뒤에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어제는 5km를 뛰었으니까 오늘은 6km를 뛰어볼까?','어제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를 하다 보니 자존감도 올라가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사람들에게 질투하지도 않는 삶으로 바뀌더라고요.


Q)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 한 가지만 말해준다면.


하나만 꼽자면 '칭찬의 힘'이요. 우리 모두는 칭찬받기 어려운 세상 속에 살고 있잖아요. 일요일에 마라톤을 뛰면 잘했다고 간식도 주고 물도 주고 메달도 목에 걸어주고 박수도 쳐주고 칭찬도 해주는 게 좋았어요. 그걸로 월요병도 이겨내고 일주일을 견디고 한 달을 버티고 일 년을 버티는 힘까지 얻게 돼요.


Q)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추천해주세요.


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간다거나 지하철에서 서서 갈 때 배에 힘을 준다거나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일상생활에서 운동을 실천하고 있어요.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복근과 허벅지가 중요해요.


달릴 때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면 뛰기가 힘들어요. 그때 배를 꽉 잡아주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깅 후에 5~10분 정도는 스쿼트(하체강화 운동), 런지(허벅지와 엉덩이에 탄력을 주며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다리 운동), 플랭크(바닥에 팔과 발을 대고 복부를 단련시키는 등척성 수축 운동) 등 간단한 운동으로 근육을 채우죠.


Q) 마라톤을 나가기 전에 몸을 어떤 상태로 만드는지 궁금해요.


최소 30km까지는 달려봐야 풀코스를 안전하게 뛸 수 있어요. 일주일에 3~4번 정도, 최소 한 달에 100km를 뛰어보면서 몸을 적응시키는 훈련이 꼭 필요해요.


Q) 뛰기 전에 먹는 것도 조절하면서 섭취하나요?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공복 상태를 좋아해서 풀코스 뛸 때도 아침에 양갱 한 입 정도 먹고 뛰어요. 음식보다는 달리면서 힘을 얻는 편이라 중간에 물이나 간식도 최소화하죠. 뛸 때 몸이 가벼운 느낌을 좋아해요.


대회 전 참가자들은 흔히 카보 로딩(carboloading: 탄수화물 축적하기)을 하는데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에너지를 축적해 달릴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저한테는 맞지 않더라고요. 각자 개인 차가 있으니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어느 코스가 가장 인상에 남는지.


작년 11월 시각장애인 분과 동반 주자로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아닌 그분이 주인공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뛰었죠. 눈에 잘 띄는 형광 조끼를 입은 채 팔에 끈을 묶고 뛰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마지막에는 서로 손을 잡고 피니시 라인을 향해 들어왔는데 그 순간 마음이 벅차오르는 소중한 경험을 했네요.


Q) 달리면서 기부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던데.


기부가 큰 돈이 있거나 부자여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자신의 재능이나 작은 돈이 모여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기부를 한 건 2~3년 길렀던 머리카락이었거든요. 최근엔 '2019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에 참가해서 522만원을 펀딩 기부해 소아암 환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죠.


Q) 오랜 시간 동안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뛰는지 궁금합니다.


풀코스 같은 경우에는 4시간, 100km는 20~24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요즘에는 글을 쓰고 있어서 글귀를 떠올리기도 하고 완주하면 뭐 먹을까 등등 많은 생각들을 해요. 뭔가 일이 풀리지 않거나 고민이 있을 때 달리기를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아요.


Q) 달릴 때 듣기 좋은 노래 있으면 한 곡만 알려주세요.


요즘에는 시계랑 이어폰 다 빼버리고 자연의 소리만 집중해서 듣지만, 힘들었을 때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이었던 '매일 그대와' 한 곡만 무한 반복해서 들었어요. 당시 혼자였던 나한테 위로를 주는 메시지가 담긴 가사 내용이 좋았어요.


Q) 어떤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회사에서 퇴근하고 무기력하게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 밥 먹으면서 TV 보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요즘은 혼자가 아닌 러닝 크루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활력을 찾아보는 활동을 추천해 드릴게요.


Q) 안정은의 인생을 마라톤으로 비유한다면 얼마나 온 것 같은지.


아직은 몸풀기 단계(웃음)? 책이 처음에 나왔을 때도 강단에 섰을 때도 요즘 여기저기 인터뷰하고 방송에 나오면서도 '아,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나이가 들어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뛰고 싶은걸요? 젊을 때니까 건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애기 엄마가 된 뒤에도 유모차를 끌면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믿어요.


ymh1846@sportsseoul.com


사진│안정은 제공, 양민희 기자 ymh184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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