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현수-유강남 \'승리의 세레머니\'
LG 김현수가 경기 후 포수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타격기계’로 불리는 김현수(31·LG)는 가을 야구 베테랑이다. 2007년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을야구에 데뷔해 지난 10일 현재 가을야구만 76경기를 뛰었다. 2019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고 있는 LG와 키움 선수를 통털어 김현수만큼 가을야구를 많이 경험한 선수는 없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환희와 좌절을 모두 맛봤다는 의미다. 가을야구에서 맹활약과 부진은 정규시즌 때보다 훨씬 강하게 팬에게 각인된다. 안타깝게도 김현수는 활약보다 부진했다. 정규시즌이나 국가대항전에서는 ‘타격기계’로 명성을 떨치지만, 포스트시즌만 되면 ‘가을바보’로 이미지가 격하된다. 스스로도 “시즌 전 열리는 국가대항전에서는 부진해도 정규시즌 때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죽을 쑤면 다음해 시즌 개막까지 고개를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고생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현수는 올해 준PO에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하게 ‘리버스 스윕’(탈락 위기에서 연승을 따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것)을 경험했다. 개인은 좌절을 경험했지만 팀은 환희를 누린 묘한 상황을 두 번이나 겪었다.

[포토]만루 기회 놓친 김현수의 한숨
LG 김현수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6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된 뒤 한숨을 쉬며 아쉬워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올해 준PO에서도 김현수의 방망이는 좀처럼 힘을내지 못하고 있다. 2차전 첫 타석 우전 적시타를 제외하면, 8연속타수 무안타다. 3차전까지 타율은 0.083로 1할이 채 안된다. 지난 2013년 넥센(현 키움)과 준PO에서 타율 0.067로 부진했던 때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김현수는 극심한 부진으로 고개를 떨궜지만, 팀은 한국시리즈까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2010년에도 김현수는 준PO에서 롯데에 꽁꽁 묶여 극도의 부진(타율 0.118)에 빠지고도 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을 경험했다. 이쯤되면 준PO에서 김현수가 부진하면 팀이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봐야 할 수도 있다. 두산이 언더독의 반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작성한 2015년에도 김현수는 준PO 타율 0.214로 고개를 떨궜다.

LG는 지난 2016년까지 준PO에 진출한 5차례 모두 PO 진출에 성공했다. 1, 2차전을 패한 뒤 잠실에서 치른 3차전에서 승리를 따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도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수비 시프트에 안타를 빼앗기는 불운이 올해도 이어졌다. 만약 김현수가 준PO 끝까지 부진하고도 LG가 PO진출에 성공하면, 하나의 법칙이 완성된다. 김현수 입장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되겠지만 팬은 가을야구를 더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함박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김현수의 방망이와 팀 성적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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