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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장 손흥민과 북한 주장 정일관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남북대결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해외 언론에서도 희대의 ‘캄캄이 매치’가 된 남북전을 집중 조명했다.

29년만에 성사된 벤투호의 평양 원정은 요지경의 연속이었다. 김일성경기장 개최가 확정되면서 선수단 방북은 성사됐으나 그 외 응원, 취재, 중계 등 사실상 모든 게 불허됐다. 4만 객석을 보유한 경기장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응원 속 경기가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 감독관, 정부 관계자 등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자리를 채운 사람은 없었다. 외신 기자도 없어 현장 상황을 전할 수 있는 제3의 채널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드러난 외부 시선은 더 흥미롭다. 손흥민(토트넘)의 사진으로 한국을 소개한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한국이 평양에서 암흑 속에 남겨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 “남북은 텅 빈 경기장에서 외부 세계와 거의 차단된 채 맞대결을 펼쳤다. 원칙적으로는 아직 전쟁 중인 두 국가 경기는 생방송도, 응원단도, 미디어도 없이 치러졌다. 수년간 AFC가 ‘가장 기대되는 맞대결’로 꼽아왔던 이 경기에 관해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FIFA와 AFC 홈페이지의 문자 중계 뿐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경기는 북측이 몇 차례 미사일 실험을 한 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미국과의 회담까지 결렬된 후에 치러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통해 평양과 워싱턴의 회담을 중재하던 시기의 유화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정치적인 사안에서 원인을 진단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통신사인 ‘AP통신’은 “북한이 5만 명의 홈 관중 앞에서 한국에게 패배할 가능성에 대해서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굴욕적인 전개가 됐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의 기자들과 팬들을 방북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통해 정치적인 불쾌감을 분명히 표현했고, 무관중 경기를 치른 것은 공정성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여겨진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한축구협회가 경기장에 직원 2명을 파견했으나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해 홈페이지에 실시간 문자 중계를 하진 않았다. 대신 이메일을 통해 보낸 경기 정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것을 권장했다”며 현장 뒷이야기를 소상히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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