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무관중 경기? 우리를 강한 팀으로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평양 원정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2019. 10. 17.인천국제공항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한광성? 별로 눈에 띄지 않던데, 유니폼 교환도 굳이…”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앞서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0-0으로 비긴 뒤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밤 12시 4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벤투호의 주장 손흥민은 “승점 3을 못 가져온 게 너무 아쉽다. 우리가 아쉬운 경기를 보여준 게 사실”이라며 말문을 뗐다. 이번 평양 원정은 북측의 생중계 거부로 소식을 제대로 받아 볼 수 없는 ‘깜깜이’ 원정이었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북한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힌 벤투호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당황했다. 손흥민은 “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이번 경기는 이기지 못한 게 아쉽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거칠었다. 우리는 거칠지 않았는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칠게 나온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던 북한 선수들 탓에 경기 중 일촉즉발의 상황도 발생했다. 남북한 선수들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손흥민은 “축구하다보면 몸싸움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봐도 거칠게 들어왔다. 북한의 작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경기보다 예민하게 (북한 선수들이)반응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선수로서 솔직히 (북한 선수들에게)심한 욕설도 받았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고 살벌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날 경기는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전이었다. 그 만큼 국내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사정은 달랐다. 체제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채 이번 경기를 진행했다. 이 탓에 경기장에는 평양 시민 아무도 오지 않은 자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하지만 오히려 손흥민은 이 점을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무관중을)당황하기보다 우리를 강팀으로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에 신경쓰기보다 우리 경기에 더 집중했다. 평양에 가서도 잠자고 먹는 것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 하루 전 북한에 입국한 벤투호는 평양 고려호텔에서 통제된 생활을 했다. 최영일 단장도 선수단이 고려호텔에서 출입이 통제된 채 생활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어디 원정을 가나 똑같다. 그런 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민한 문제였고 선수들도 조심했다. 선수뿐 아니라 스태프고 많이 고생했다.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이 고생한 만큼 잘 돌아왔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경기할 때 승리해야 되는 게 답”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좋았다. 선수들끼리 재밌는 얘기도 많이 했다. 경기적인 얘기보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기는 남과 북의 에이스 손흥민과 한광성의 맞대결로 주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손흥민은 “(한광성이)별로 눈에 띄지 않아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경기 후 북한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 여부를 두고 많은 관심을 갖기도 했으나 손흥민은 “굳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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