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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진행된 야구대표팀 첫 라이브배팅 훈련에 도우미로 나선 성균관대 투수 서동한(왼쪽), 오른쪽은 김경문 감독. 수원 | 김용일기자

[수원=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번에 지명 못 받았다고? 실망하지 말고 즐겁게 하면 또 기회가 올 것.”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대비해 1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첫 라이브배팅 훈련을 진행한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도우미’로 온 성균관대 투수 서동한(23)에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난 10일 소집한 대표팀은 ‘3일 훈련, 1일 휴식’을 프로세스로 내달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호주와 1차전을 대비하고 있다. 어느덧 이날 세 번째 훈련 파트가 시작됐는데 김 감독은 소집 이후 처음 라이브배팅 훈련을 가동, 한껏 고무돼 있었다. 대표팀은 KBO리그 포스트시즌 일정으로 최종 엔트리 28명 중 12명만 소집돼 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타자의 실전 감각 저하. 자체 연습 경기를 치를 선수단 규모도 아니고 투수들이 전력투구를 할 수준도 아니어서 최상의 훈련 효과를 위해 연일 고심하고 있다. 그저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는 만큼 세 번째 훈련파트 첫날 추천을 받아 아마추어 투수 3명을 불러들였다. 김 감독이 유독 유심히 바라본 건 서동한이다. 서동한은 공 25개씩 2세트로 양의지, 박민우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에게 직구로만 공을 던졌다.

동경하는 대선배 앞에서 공을 던지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서동한은 너무나 긴장했는지 땀이 흥건했다. 김 감독은 그를 따로 부르더니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라이브배팅이 한참 진행 중이었지만 김 감독은 잠시 말을 이어갔다. 이날 첫 만남이었지만 오랜 제자처럼 서동한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성균관대 4학년인 서동한은 올해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LG 대학선수 트라이아웃에도 참가했지만 끝내 프로행엔 실패했다. 서동한 역시 또 다른 미래를 그려야 하는 시점이다.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아는 김 감독은 “지명을 뒤늦게 받는다고 불리하거나 안 좋은 게 아니다. 더 열심히 즐겁게 준비해서 입소문 날 수 있게 하라”면서 웃었다.

그저 ‘큰 사람’으로만 여긴 김 감독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들은 서동한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대표 선수에게 라이브로 던져서 영광이었다. 특히 양의지 선배께서 유연하게 치시더라”라며 “설렜지만 복잡한 기분도 들었다. 선수들을 보면서 ‘내가 저기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의 뼈 있는 조언을 언급했다. “좋은 말씀에 감사했다”고 입을 연 서동한은 “내가 안 됐다는 생각보다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야구를 계속할 마음이 있다면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힘줘 말했다. 스스로 실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무렵, 우연히 대표팀 훈련장과 마운드에 올라섰다. 선배 뿐 아니라 김 감독의 조언 한마디에 새로운 각오가 솟구쳤다.

이번 대표팀은 김 감독의 달라진 리더십으로도 눈길을 끈다. 그간 ‘카리스마 형‘ 지도자로만 인식된 그는 최근 소통을 중시하는 선수단 트렌드에 맞춰 아버지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와 NC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낸 내야수 박민우도 “감독께서 너무나 달라지셨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김 감독이 꿈을 좇는 대학생 투수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기면서 대표팀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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