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찬다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바야흐로 다시 도래한 스포테이너(스포츠선수+엔터테이너) 전성시대다. 강호동, 이만기가 1세대 구심점으로 활약했다면 서장훈과 추성훈, 안정환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2막을 열었고 최근 그 기세는 허재로 이어졌다. 김연경, 박주호, 김요한, 이봉주 등도 각자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방송계를 물들이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스포테이너들의 활약이다.

요즘 이런 시류가 담긴 집약체를 꼽으라면 단연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다. 예능감을 인정받은 안정환, 양준혁, 김동현부터 ‘농구 레전드’ 허재, ‘한국 테니스계 전설’ 이형택, ‘사격 황제’ 진종오, ‘도마의 신’ 여홍철 등 스포츠 중계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스포츠 레전드들까지 총집합했다.

각자의 종목에서는 엘리트 그 자체이지만 조기축구 일원으로 모였더니 어리숙하기 그지없다. 볼을 사수하고자 나오는 엉거주춤한 자세와 리액션은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이처럼 반전 재미와 신선한 조합에 시청자들도 응답했다. 초반 시청률은 2~3%대로 보통의 예능 성적과 다를 바 없었지만 4%, 5%대를 넘기더니 지난 13일 방송된 17회는 시청률은 7.8%(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편성을 심야 시간대였던 기존 목요일 오후 11시에서 일요일 오후 9시로 옮긴 것도 더욱 승승장구하도록 한몫했다.

뭉쳐야찬다

성치경 CP는 “제작진을 포함한 출연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 중이다. 사실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스포츠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는 분들이 막상 축구를 하려 뭉치니,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다른 면모가 나와 이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항상 각 분야에서 1위를 하는 활약상 위주로 보셨지, 이렇게 축구를 못할 줄은 모르셨을 거다. 반전 매력에서 오는 동질감, 친근함이 사랑받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멤버들의 조합이라는 점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뭉쳐야 찬다’는 MC 김성주, 정형돈, 김용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포츠 스타들로 채워졌다. 물론 스포츠 전설들의 축구 도전기가 프로그램 방향인 만큼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스포츠 스타들로 반이상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들만이 가진 색깔과 힘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성 CP는 스포테이너들만의 매력을 리얼함으로 꼽았다. 성CP는 “똑같은 걸 소화한다고 봤을 때 연예인들은 자연스럽다기보다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인위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스포테이너들은 그렇지 않다. 꾸미는 걸 잘 못한다. 연예인만큼의 사랑을 받고 인지도도 갖춘 데다 훨씬 리얼한 반응이 나온다는 게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자타공인 ‘예능 늦둥이’로 꽃피운 허재의 활약은 ‘뭉쳐야 찬다’로 빛이 났고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 MBN ‘자연스럽게’에도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뭉쳐야 찬다’ 속 허재는 코트 위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허당미로 가득했다. 성CP는 “제작진도 허재 씨가 (예능) 원석일 줄 몰랐다. 각 분야의 레전드, 그중에서도 방송에 많이 나오지 않았던 분을 섭외하고 싶었다. 그 고민 끝에 선택한 분이 허재 씨였다. 본인이 잘하는 농구를 하는 게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인 축구에서 재도전을 하면, 선수 시절의 모습을 보여드리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런 면면이 정말 발휘됐고 그 외에도 동네 형 같은 친근하고 허술한 모습도 나왔다. 저희 역시 추가적으로 알게 된 부분”이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안정환

멤버들의 축구 실력은 감독 안정환을 중심으로 조금씩 발전 중이다. 실수를 연발하고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아재들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중년의 새 도전기가 그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여기에는 성CP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성CP는 “출연자들은 중년의 나이에 축구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실력이 부족해 지는 경기도 많지만 끊임없이 부딪치고 있다. 요즘 경기도 어렵고 특히 중장년 이후로는 조기 퇴직 등 여러 가지로 힘든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용기와 위안을 얻으시길 바란다. 제작 초기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도자로 안정환을 내세운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안정환은 축구를 대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중한 태도로 임한다고. 성CP는 “아마 안정환 씨가 예능에서 축구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으셨을 거다. 축구가 희화화되는 걸 원치 않고, 축구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는 분이라 출연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뭉쳐야 찬다’가 매 회 굉장히 리얼한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뭉쳐야 찬다’는 최근 멤버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용병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는 게스트 개념으로 용병은 김병현, 모태범, 이원희 출연으로 이어졌고 곧 박태환도 등장할 예정이다. 새 얼굴로 재미 한 스푼씩 더하고 있어 질릴 틈 없는 ‘뭉쳐야 찬다’다. 오합지졸 ‘어쩌다 FC’가 그릴 성장 그래프와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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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