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설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그 후, 악플(악성댓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리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 등이 없는 것을 이유로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자택에서는 평소 심경이 담긴 메모들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을 앓았다고 전해진 설리는 악플에 대한 고충이 많았던 스타중 한명이다. 이는 고인이 생전 출연했던 JTBC2 ‘악플의 밤’에서도 토로한 바 있다. 평소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혀왔던 설리였지만, 밝은 미소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공존했던 것. 실제 고인과 관련한 기사나 콘텐츠, SNS 댓글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플들도 무성했다. 이는 고인이 생을 마감한 후에도 계속됐고, 동료들은 이러한 악플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에 나섰다.

고인이 떠난지 어느덧 2주가 되어가는 시점, 악플 근절을 향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대중의 시선이다. 대중은 온라인상에 팽배한 악플에 대해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설리를 죽음으로 내몬 악플러들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국회에서도 일명 ‘설리법’, ‘최진리법’ 등의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 악플에 대처하는 법안들이다. 더 이상 특정인을 상대로 한 혐오나 차별 댓글에 따른 폐해를 막자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최근 인터넷 준실명제을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역시 악플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사이트들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자발적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칼을 빼 든 건 다음이다. 지난 25일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이달 안에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고, 올해 말까지 인물 관련 검색어도 폐지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공론장인 댓글창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 역시 욕설 댓글에는 별표표시(*)가 된다던지 정치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댓글이 바로 보여지는게 아닌 창을 따로 이동해야 보이는 등의 방안이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다음이 좀 더 본격적인 악플 방안을 내놓은만큼 네이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배우 최진실의 사망 이후에도 악플에 대한 움직임이 있어 왔다. 스타들도 더 이상 선처보다는 법적대응 등 강력하게 악플러들과 싸워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악플에 무너진 비극이 다시금 발생했다. 또 다시 소중한 생명이 떠나갔고, 다시금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변화의 목소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발빠른 움직임과 실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댓글의 주체가 되는 누리꾼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큰 명제로 남는다. 포털 사이트 뿐 아니라 SNS 등 댓글을 달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확대된 만큼 자정작용 역시 중요한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소통이 화두인만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악플은 비단 몇몇 스타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변화의 목소리는 유의미하다”라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의미있는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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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