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 수상자 발표하는 이대호 회장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주관하는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가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대호 회장이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2019. 12. 2.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KBO리그와 야구팬들에게 ‘통 큰’ 제안을 했다. 지지부진한 FA(프리에이전트) 제도 개선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내기 위해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이 함께 하는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구했다. 선수협과 구단이 나란히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은 물론 팬도 참석해 선수와 구단의 의견을 직접 들어주기를 바랐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선수협 주관 시상식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를 마친 후 선수협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선수협이 KBO 이사회의 FA 제도 개선안을 조건부 수용할 뜻을 드러내며 앞으로 샐러리캡 기준선을 뚜렷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화장은 “솔직히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구단 대표로 사장님 혹은 단장님들이 오실 수 있고 선수단도 대표를 꾸려서 토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팬들도 참석하시면 팬들께서 구단과 선수가 어떤 것을 논의하고 무엇이 쟁점인지 정확히 판단하실 수 있다. 이러한 공개토론 자리가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필요한 제안이다. 지금까지 선수협은 해외 프로리그와는 달리 KBO와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논의를 해왔다. 선수협은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같은 권리가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파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FA 제도 개선을 두고도 단 한 번도 KBO 실행위원회 혹은 KBO 이사회와 선수협이 직접 마주한 적이 없다. 이사회가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 선수협이 이를 반대하며 끝없는 줄다리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회장은 “수년째 FA 제도 개선에 대한 얘기가 나왔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지 않나. 이렇게 된 거 서로 마주해서 속시원하게 대화로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며 “지난 5월 정운찬 총재님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선수협은 절대 KBO나 구단과 싸울 마음이 없다. 선수도 어찌보면 구단이나 그룹의 직원아닌가. 직원 입장에서 구단에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고 구단도 직원의 의견을 직접 들어주면 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직접 논의하면 결정도 빨라지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회장은 선수협을 향한 팬들의 오해도 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선수들 생각, 단장님들 생각, 사장님들 생각, 그리고 구단 생각을 서로 공개하면 이를 바라보는 팬들도 각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이해하실 것이다. 지금까지는 팬들께서 언론을 통해서만 선수협과 KBO의 이견과 방향을 인지하셨다”며 “선수들도 팬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 팬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혹시 팬들께서 선수협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게 있는지, 제도 개선과 관련해 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알고 싶다. 여러모로 공개토론회가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제안은 파격적이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먼저 KBO 사장들과 단장들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불분명하며 공개토론회 장소와 시기에 대한 여유도 많지 않다. 내년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고 스프링캠프 후 바로 시범경기가 열린다. 그리고 시범경기 후 바로 새 시즌에 돌입한다. 이를 고려하면 공개토론회는 앞으로 두 달 안에 열려야 한다. 이 회장의 파격 제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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