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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어제는 한없이 고개를 떨궜지만 오늘은 주인공으로 환하게 웃으며 무대 위에 섰다.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30)이 2019년 K리그 최고의 별로 등극했다. 김보경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 2019’에서 K리그1 MVP에 선정됐다. 올시즌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울산은 전날 포항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1-4 대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전북에게 내줬다. 그로 인해 시상식을 앞두고 김보경, 문선민(전북), 세징야(대구), 완델손(포항)이 후보로 오른 K리그1 MVP 경쟁은 섣부른 예측이 힘든 상황이 됐다.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각 팀 감독과 주장, 출입기자들로 구성된 3개의 투표 그룹은 모두 김보경을 올해 최고의 선수로 뽑았다. 김보경은 K리그1 12명의 감독과 주장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5표씩을 받았다. 101명의 기자단 가운데서도 43명의 선택을 이끌어내며 최종점수에서 42.03점을 얻었다. 바로 전날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북 미드필더 문선민(24.38점)을 큰 점수차로 따돌렸다. 김보경은 “K리그 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의 장점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 준 감독님과 희생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공을 돌린 뒤 “후보에 올라있는 선수들보다 내가 뛰어나다고 이야기하기 부끄럽다. 상을 받기까지 동료들의 희생이 컸다.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채)상을 받아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보경은 올시즌 울산에서 임대생 신분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시즌 원소속팀 가시와 레이솔이 J리그 2부리그 강등을 확정하면서 차기 행선지를 물색해왔고, 영입에 공을 들였던 울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보경이라는 전천후 공격자원을 장착한 울산은 14년만에 우승에 근접할만큼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사실 김보경은 공격포인트를 많이 만들어내는 스타일의 공격자원은 아니다. 엄청난 활동량과 넓은 활동 반경을 무기로 상대를 압박한다.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팀의 궂은 일을 상당히 해냈다. 올시즌에선 울산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각광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3골로 득점 7위, 9도움으로 도움 3위, 공격포인트는 22개로 5위를 차지했다. 김보경은 “임대생 신분으로 왔지만 모두 아는 선수였다. (박)주호 형을 비롯해 대표팀에서 함께해 온 선수들이 많았다. 임대생보다는 원래 있던 팀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료들이 내 스타일을 잘 알아서 더 빨리 적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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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은 MVP를 받은 기쁜 자리였지만 뼈아프게 준우승으로 마감한 시즌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도 남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조국의 준우승 속에서 골든볼(MVP)를 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처럼 숙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실패를 거울로 삼아 반드시 내년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보경은 “감독님께서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우리가 한 경기로 인해 실패했다고 하셨다. 실패했다고 하면 실패지만 이 기억을 갖고 내년을 준비하면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울산이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나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보경은 올시즌 그라운드 밖에서는 ‘축구 도사’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KBK 풋볼TV’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축구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을 위해 자신이 잉글랜드와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서 접한 개인 훈련 비법을 공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일상 생활이나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뒷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끌어들였다.
김보경은 임대 기간이 올 연말까지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울산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소속팀인 가시와 레이솔은 J리그2에서 1위를 차지해 내년시즌 1부리그 승격이 확정된 상황이다. 그는 “시즌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내 거취가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많은 고민과 함께 미래를 정해야하는 시기다. 일단 내 의견도 중요하지만 구단과 에이전트 등의 의견 수렴을 해서 정하겠다.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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