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선웅 사무총장에 감사패 전달하는 이대호 회장
전임 김선웅 사무총장에 이대호 회장이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이른바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각종 현안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선수, 팬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현재 첨예하게 대립 중인 주요 논란을 떼고보면 획기적인 제안이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선수협 총회 이후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구단 대표로 사장님 혹은 단장님들이 오실 수 있고 선수단도 대표를 꾸려서 토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팬들도 참석하면 구단과 선수가 어떤 것을 논의하고 무엇이 쟁점인지 정확히 판단하실 수 있다. 이러한 공개토론 자리가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팬들이 KBO리그 흥행 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제안으로 보인다. 온라인 상에서 수 많은 의견을 개진하는데 구단이나 선수, KBO가 듣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팬이 많다. 이른바 쌍방향 체널인 유튜브 등에서 야구 관련 콘텐츠가 팬들의 성토의 장으로 변한지 오래 됐다.

[포토] 이대호 선수협회장 \'FA 개선안 조건부 수용, 샐러리캡 논의
한국프로야구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총회 후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의견개진 창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마련이다. 구단과 선수들이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각자 의견을 더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서 요구되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구단이나 선수 심지어 미디어까지 일반 대중을 상대하는 집단은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제도를 바꿨다면 왜 바꿨는지, 반대하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대중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야구를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보면,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체가 대중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를 가미해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 회장의 토론회 제안은 KBO리그가 변화를 위해 한 번은 시도해야 할 과제다.

문제는 시기다. 순수하게 ‘리그를 위한 제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해관계로 얽히면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을 둘러싼 현안은 KBO 이사회(사장단회의)가 선수협보다 훨씬 큰 힘을 갖고 있다. 팬 여론도 선수협을 이른바 귀족노조로 평가절하했다. 선수협의 주장이 구단과 팬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점에 토론회를 카드로 꺼낸 것은 국면전환용으로 읽힐 수 있다. 이미 KBO가 제시한 제도 개선 안에 FA 취득 연한 단축과 최저연봉 인상, 부상자 명단 도입 등 금전적 피해를 입는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장치가 마련됐다. 특히 선수협 이사회에서 부결된 FA 등급제 도입안은 총회 투표로 결과가 뒤집히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SS포토]비오는 외야에서 진행되는 올스타전 팬사인회
KBO 올스타 팬사인회에서 많은 팬들이 사인을 받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시점에 ‘팬 참여 토론회’를 제안한 것은 의견 개진 단계에 불과한 통칭 ‘샐러리 캡’을 빌미삼아 다른 논점을 흐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FA 재취득 연한 폐지 등 그동안 선수협이 요구했던 쟁점도 이번 총회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토론회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래도 선수편’인 팬들을 규합해 구단의 힘에 맞서려는 목적으로 읽히는 이유다.

팬심(心)을 등에 업으려는 선수협 의중은 마케팅 전문가인 김태현 씨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서 이미 드러났다. 이 회장은 “야구를 모르더라도 팬과 미디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분을 사무총장으로 모셨다. 우리도 팬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려 한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협이 돌려야 할 것은 팬심이 아니다. 여전히 박봉에, 혹서기 뙤약볕에, 갑작스러운 방출통보에 희생을 강요당하는 저연봉 선수들의 마음이다. 획기적인 제안으로 여론의 관심끌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존재 이유인 선수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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