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긴급체포 된 강지환, 법원으로 이동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생이 끝날 때까지 참회하라”는 재판부의 말은 무거웠지만, 3년으로 구형된 형량에서 6개월을 깎아낸 뒤 집행유예를 선고한 결론은 그 말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검찰은 항소를 결정했다.

11일 검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의 집행유예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강지환의 선고공판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면서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강지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강지환이 결심 공판 하루 전날인 지난달 20일 피해자들과 극적 합의를 이뤄낸데 이어,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없다는 점과 꾸준히 반성 의사를 보였다는 점 등이 감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지환은 5개월 만에 석방됐고, 그를 기다린 많은 팬들과 취재진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강간이라는 중대한 범죄에도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석방된 강지환에 여론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성범죄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러한 연예인의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유언비어 등으로 2차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뤄진 합의가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일치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합의하는 것 외에는 피해를 회복할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합의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고, 종사했던 생업도 포기한 채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준영 최종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준영(30)과 최종훈(29)은 억울하다며 잇따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수많은 공판들에서 “특수준강간이라는 죄명은 너무 무겁고 억울하다”는 이들의 눈물에선 진정한 반성과 참회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며 지속적으로 이들의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했고 정준영, 최종훈은 초범이고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명성에 버금가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그 결론은 불과 징역 6년과 징역 5년.

이 역시도 억울하다며 항소를 결정한 두 사람이다. 물론 성범죄자 역시 형량을 낮추기 위해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투고 항소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성범죄에 징역 5~6년은 과하다는 씁쓸한 사회적 통념도 존재한다.

2013년 6월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며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선처를 바랄 경우 이를 양형 요소로 반영한다. 성범죄 양형기준이 여전히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지난달 가수 구하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촉발돼 20만 서명을 달성한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배경에는 성범죄 처벌 기준이 대중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준영과 최종훈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주장할 내용은 피해자 합의 정도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2심에서 피해자 합의서를 제출해 형량을 낮추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건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한다. 한 형사 변호사는 “강지환의 경우처럼 친고죄는 폐지됐지만 양형 요소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준영, 최종훈의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 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합의를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합의 과정을 더 유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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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