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건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신인 배우 김도건(27)이 진중한 목소리로 자신이 그리는 ‘배우 김도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도건은 최근 종영한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나의 이름에게’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나의 이름에게’는 몸에 운명의 이름이 새겨지는 ‘네임버스’라는 신선한 소재를 도입한 판타지 로맨스 장르물이다.

“연령대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연기하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고 운을 뗀 김도건은 ‘네임버스’ 소재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시도한 세계관이라고 알고 있다. 제게도 생소한 세계관이었다. 어렵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결국은 사랑이라는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더라”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밝은 캐릭터인데 그 속에 있는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도건. 극 중 능력이면 능력, 재력이면 재력, 비주얼이면 비주얼,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건축과 훈남 선배 최한결 역을 맡은 김도건은 대사보다는 진심이 담긴 내면 연기로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유재하 역을 맡은 공찬과 호흡에 대해선 그는 “아이돌 활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항상 차분하고 어떤 변수에도 동요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잘 판단하더라. 멋있었다”고 이야기했다.

2018년 영화 ‘테이블 매너’로 데뷔한 김도건은 최근 영화 ‘암전’, ‘쎈놈’과 웹드라마 ‘세상 잘 사는 지은씨 시즌2’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또 훈훈한 외모와 저음 목소리로 각종 광고 모델도 휩쓸며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 중이다.

연달아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10대 팬들이 생겼다고 눈을 반짝이던 김도건은 “SNS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보내주시며 응원도 해주신다”며 “드라마에서는 결국 한결이 짝사랑으로 끝나며 혼자 남는데 댓글 중에 ‘괜찮아, 한결이는 내가 가지면 돼’라는 말이 있더라. 귀엽기도 하고 이런 사랑을 처음 느껴봐서 기쁘더라. 연기하길 잘 한 거 같다”고 웃었다.

올해 영화 ‘쎈놈’에서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싸움뿐인 고등학생 동호를 연기, 원테이크로 진행된 고난도 액션연기와 함께 10대들의 고민과 혼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선을 연기하며 호평을 얻었다.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멜로연기와 영화로 보여준 액션연기 중 어떤게 더 잘맞았냐는 물음에 김도건은 “몸이 힘든 건 액션인데 마음적으로 힘든 건 멜로인 거 같다”고 답했다. “타인의 감정과 사랑이라는 건 해도 해도 모르는 거라고 하지 않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저만의 색깔을 입히는게 힘든 거 같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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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김도건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다지다 2017년 지금의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소속사 선배인 마동석에 대해 “워낙 유머러스하신 분”이라고 말한 김도건은 “‘넌 잘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고 조언해주셨다”며 “또 최귀화 선배님은 ‘언젠가 기회가 올 거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할 때가 있는데 선배님들의 응원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된다”고 감사한 마음을 덧붙였다.

김도건은 오인천 감독의 독립영화 ‘야행’으로 내년 1월 관객들을 만난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방송부 카메라맨 ‘진기’로 ‘나의 이름에게’ 최한결과는 또 다른 인물이라고. “한결이는 내적으로 고민하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친구라면, 진기는 필터없이 툭툭 내뱉고 행동적인 친구라 ‘나의 이름에게’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색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도건의 롤모델은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누구보다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조여정이다. 대학시절 교수님이었다는 조여정에 대해 “선배님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배우란 꿈을 꿨고, 졸업하기 전에 ‘나중에 잘 돼서 현장에서 보자’고 덕담도 해주셨다. 늘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다. 제가 연기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로서 조여정은 어떤 모습일까. 김도건은 “연기를 가르치실 땐 정말 냉철하시다. 또 다독여줄 땐 따뜻하시다”라고 설명하며 “이전에는 배우, 연예인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제 연기적인 철학 측면에서도 선배님의 영향을 받게 되더라. 선배님은 늘 본인의 연기를 굉장히 냉철하게 보신다. 연기에 임함에 있어서 자기만의 철학이 서 계신 분이란 생각이 늘 있었다”며 훗날 작품에서 만나 ‘배우 김도건’으로 한발짝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서른이 되기 전 신인상을 꼭 받고 싶다는 김도건. “신인상은 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그만큼 제가 열심히 해야겠다”며 “2020년은 2019년보다 더 나은 해가 되었으면 한다. 색다른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릴테니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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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펀치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