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콜
FA 시장 최대어 게릿 콜. 캡처 | MLB.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대부분 선수들은 단지 가장 많은 돈을 원한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67)가 올겨울 메이저리그(ML) 구단들의 뼈를 때렸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1조원 이상 계약을 이끌어내며 자신의 고객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긴 보라스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 스쿼크 앨리에 출연해 “스포츠 팬들은 FA 선수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선호한다. 익숙한 장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단지 가장 많은 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 9년 3억 2400만달러), 텍사스 출신인 앤서니 랜던(LA에인절스, 7년 2억 4500만달러), 샌디에이고 출신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7년 2억 4500만달러)가 출신지역이 아닌 곳에 둥지를 튼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 셈이다.

김광현 김재환
SK 김광현(왼쪽), 김재환. 사진 | 스포츠서울 DB

보라스는 “훌륭한 선수와 베테랑 선수가 있는 팀이 결국은 성공을 거둔다. 이런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팬들의 요구다. 팬들은 유명한 선수를 보고 싶어하고, 이들이 야구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원한다. 구단은 젊은 선수들을 활용해 초대형 FA 계약을 피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려고 했지만 이런 의도는 구단 운영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건너 남의 나라 얘기 같지만, 보라스의 주장은 2019년 KBO리그에도 메아리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도 어쩌면 ML의 실패 모델을 좇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수 평가와 경기운용은 ‘머니볼 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저비용 고효율을 찾게 한다. 올겨울 KBO리그 스토브리그는 어느 해보다 한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사장단 회의)는 비용 절감을 위해 FA 등급제를 위한 셀러리캡 논의를 활발히 전개 중이다. 리그 자체가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구단 입장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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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2억 4500만달러에 LA에인절스로 이적한 앤서니 랜던. 출처=스포팅뉴스닷컴

이런 현실에 스타플레이어들은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노린다. 이미 김광현과 김재환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 진출을 선언했고, 양현종 김하성 나성범 등도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스타플레이어 부재는 리그 흥행저하로 직결된다는 것은 전세계 프로 리그의 공통점이다. K리그나 남녀 프로농구는 스타 부재로 신음한지 오래됐다.

미국은 한국보다 아마추어 저변이 훨씬 넓다. ML 각 구단이 계약관계로 맺은 선수 규모도 KBO리그와 비교불가다. ML에 진출해 마이너리그를 경험했던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야구 괴물들이 원석 그대로 바늘구멍보다 좁은 ML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해뜨기 전부터 밤 늦게까지 훈련한다. 정글같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선수가 더 치열하게 경쟁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끝을 모르는 몸값을 자랑한다. 그 이유를 KBO리그가 더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머니볼 따라잡기’는 몸값 폭등 열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ML가 이미 증명했기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