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후_고척
키움 김정후.  고척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서울 연고 구단은 다 뛰어 봤네요.”

버건디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구단 로고 앞에 선 김정후(32)는 “키움 옷을 입고 사진 찍는 건 처음”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우완 김정후의 정규시즌 출전 기록은 2018년과 2019년 딱 2시즌, 나이 대비 짧은 경력이지만 그마저도 매해 소속팀이 달랐다. 2018시즌 13경기 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두산 생활을 마무리했고, 이듬해 ‘한지붕 두 가족’인 LG로 이적했지만 2경기 1.2이닝 소화에 그쳤다. 올해는 키움에서 3번째 도전을 선언한 상황, 김정후는 이제 ‘저니맨’이라는 타이틀을 떼고자 한다.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입단할 때 ‘마지막 1년은 원 없이 던지고 싶다’던 내 말에 책임지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프로 데뷔 당시만 해도 김정후의 포지션은 외야수였다. 그러나 2014년 2군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도중 왼쪽 어깨를 심하게 다치면서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했다. 8개월여의 재활을 마친 후에도 통증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제 타격이 나오지 않자 방황은 길어졌다. 그러던 중 “오른쪽 어깨는 남아있다”던 곽채진 언북중 감독의 제안에 우연히 마운드에 올랐다. 스피드건에 찍힌 146이라는 숫자는 김정후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몸을 만들지 않은 채 던졌는데도 그 구속이 나오더라. 투수를 해보라고 해서 전향하게 됐다. 던질 기회가 필요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사회인야구팀에서도, 독립야구팀에서도 뛰었다”고 회상했다.

키움은 김정후가 방출됐던 3차례 모두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었다. 돌고 돌아 마침내 키움에서 마지막 출발선에 선 상황, “많은 감정이 교차해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던 김정후는 2020시즌 각오를 위해 신중히 단어를 골랐다. 이내 “프로 생활을 하며 한 번도 풀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패전이라도 좋으니 어떤 상황에서라도 1군에 붙어있고 싶다. 키움은 젊은 팀이라 내가 고참급이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많이 배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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