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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진입하자 내비게이션과 트립컴퓨터, 비상호출 기능 등이 전부 작동하지 않게 된 BMW 530i MSP 차량.  제공 | 제보자 A씨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BMW코리아(사장 한상윤)가 판매한 신형 차량 다수가 강원도 지역에서 오작동을 일으켜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 통신 기능 장애로 내비게이션과 스탑앤고 등 여러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했는데 아직까지 BMW코리아 측은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A(40세·자영업)씨는 약 한 달 전 BMW 차량을 구입하고 도로를 주행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갑자기 비상호출 메시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디스플레이에 표출되더니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된 것이다. 이어 도로에서는 신호 대기 중 당연히 시동이 꺼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차량의 시동은 켜진 채였다. 이로 인해 A씨는 앞차와 접촉사고를 낼 뻔했다. 다른 주행 관련 성능은 문제가 없는데 통신 모듈과 관련된 기능이 모두 멈춰버린 것이었다. A씨는 “차량(BMW 530i MSP)의 GPS와 통신 등의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니 운전하기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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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BMW 카페에 올라온 차량 결함 관련 글. 지난해 11월부터 ‘iDrive7’이 탑재된 차량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돼왔다.  출처 | BMW마니아 카페

그런데 이 증상이 A씨에게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BMW 차량 운전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와 관련 카페에서 A씨와 같은 증상을 얘기한 이가 20여 명이 넘었다. 공통점은 특이하게도 모두 ‘강원도’에서 차량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상이 발생한 차량 수가 늘어남에 따라 서서히 공통점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BMW 오너들은 차량에 탑재된 OS(운영체제)가 기존 ‘iDrive6’에서 ‘iDrive7’으로 업그레이드된 신형 차량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즉시 BMW AS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 반나절 이상 차량을 점검한 후 돌아온 대답은 TCB(Telematics Communications Box) 통신모듈을 교체해야 한다는 설명 뿐이었다. 수리를 받지 못한 상태로 A씨는 다시 집으로 가서 기다려야만 했다. 디지털 관련 여러 기능이 마비가 되는데도 BMW코리아의 태도는 수동적이었다. 독일에 해당 부품을 주문한 후 2~3주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당장 강원도에 거주하는 BMW 차주들은 차량 이상에 대해 손도 쓰지 못한 채 주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BMW 620GT를 구매한 한 네티즌은 차량 출고 1주일 만에 비상호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차량을 입고한 뒤 역시 TCB 모듈 교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차량 수리까지 오래 걸리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GPS 오류를 동반해 내비게이션이 멈췄을 뿐만 아니라 현 위치도 파악하기 어렵고 블루투스 연결장애까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는 지방 구매자들에게는 수리가 필요한 기간 동안 대차를 해주지 않아 BMW 차주들은 위험한 상태로 몇 주간 거리를 주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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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출고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다수의 BMW 차주가 동일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BMW코리아의 빠른 대처를 당부했다.  출처 | 제보자 A씨

문제가 발생한 차량은 모두 2020년형 BMW이었다. 그런데 정작 딜러도, BMW코리아도 해당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에 대한 리콜 여부도 정해놓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620GT 구매자는 이미 한 차례 TCB 모듈을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오류가 다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TCB 모듈을 교체하고도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현재 이상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차량의 점검과 수리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BMW코리아 측은 본지의 문의에 대해 “문제를 파악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만 답변한 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A씨는 “이미 BMW 관련 커뮤니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글이 수십여 차례 올라온 만큼 BMW코리아에서도 이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며 무성의한 BMW코리아의 대처를 비판했다. 그는 “‘iDrive7’이 장착된 BMW, 즉 최근에 구입한 BMW 차량 모두 문제가 있다. BMW 차주들끼리 확인한 결과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X3, 6GT 등에서 모두 문제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X5나 X7 같은 다른 BMW 차량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문제가 강원 지역에서만 불거지고 있는 만큼 차량 소유자가 강원도에 살고 있지 않으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에 출고한, 한 달밖에 안 된 차량이다. 차값도 7700만원이나 한다. BMW는 스스로 ‘독일 명차’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고장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런 차량이 고급 외제차라면 다시는 BMW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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