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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투수진 스프링캠프 훈련 모습. 제공 | 롯데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롯데는 2020년 호주 애들레이드 캠프에서 왜 투수 수비 훈련 시간을 거의 없앴을까.

투수의 제1 덕목은 투구다. 마운드에서 상대가 치지 못할 좋은 공을 던지는 게 투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비이며, 내·외야에 포진한 7명의 야수는 투수가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뒤를 지킨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만큼은 투수진도 필드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위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라 불리는 훈련을 통해 번트, 내야 땅볼 등 경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구를 처리하고 내야수가 자리를 비울 경우를 대비해 1루와 홈 등을 커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롯데는 올해 PFP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마무리된 전반기 캠프 일정에서 휴식일을 제외하면 훈련일은 열나흘, 그중 투수들이 PFP를 소화한 건 6일(40분)과 10일(15분) 뿐이었다. 야수들과 함께한 수비 훈련도 14일(15분) 한 차례였다. 예년과 비교해 횟수와 시간을 대폭 줄인 셈이다. 관례처럼 여겨졌던 PFP를 과감히 축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 노병오 투수코치는 “PFP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을 던지는 일이다. 본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게, 투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롯데 마운드는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팀 평균자책점 4.83으로 최하위, 그중 리그 최다 볼넷(546개) 기록은 유독 뼈아프다. 투수들이 정면 승부 하지 못하고 도망가니 상대 타자들은 배트를 휘두를 필요도 없이 1루로 걸어나갔다. 투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필딩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노 투수코치는 “지난해 투수들이 제구력 부족 탓에 볼넷을 많이 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올해는 빠른 템포로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멘탈과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코치진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 투수진의 실책(11개)은 SK, KIA에 이어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처리한 희생타 개수가 최다(58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준수한 기록이다. 캠프 내내 어떻게 던지느냐에 집중해온 롯데 투수진은 이제 실전을 통해 막판 담금질에 돌입한다. 내달 4일 마무리되는 캠프 일정에서 내야수와 합동 훈련은 많아야 한 차례 정도 계획돼 있다. 오는 21일부터 현지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7차례 평가전에 차례로 등판해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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