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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K리그 개막이 연기됐다고 재정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보면 다행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성찰이 필요한 구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축구가 중단된 가운데 유럽 리그 각 구단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 경기를 개최하지 못하게 되면서 구단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관중 수익을 비롯해 광고, 스폰서, 중계권 분배 등의 문제가 겹친 탓이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팀들이 선수단 임금 삭감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 같은 빅클럽은 물론이고 하부 리그의 중소 규모 구단도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유벤투스의 경우 선수단 전체가 삭감하는 임금의 총액이 9000만 유로(약 12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구단은 선수 해고까지 강행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기도 한다.

K리그 개막이 연기된지도 한 달이 지났다. 멈춘 시기만 놓고 보면 유럽 축구보다 길다. 앞으로 최소 3~4주는 지나야 시작할 가능성이 크고 개막일이 5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정상적이라면 K리그 구단도 패닉 상태에 놓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 분위기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관중 수익과 광고 계약 등의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단 연봉을 삭감해야 할 정도로 지갑이 텅텅 비는 상황은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개막 지연으로 인해 개막 전 예상했던 수익과는 차이가 있고,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K리그 구조상 유럽 수준으로 심각한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임금 삭감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지만 구단을 위해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자발적인 움직도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보다는 필요성 자체를 크게 느끼지 않는 게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K리그가 개막 지연으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홈 경기를 통한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K리그는 수익 규모에 비해 선수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이 있다. 입장 수익만 봐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2019년 FC서울은 약 39억원으로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입장 수익을 확보했다. 명색이 K리그 1위지만 84억원에 달하는 선수단 연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중 대박을 친 대구FC의 입장 수익도 22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선수 인건비로 지출한 약 50억원을 충당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K리그 최강팀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의 경우 지난해 입장 수익은 약 20억원이었다. 최고 연봉자였던 김진수(14억3500만원)와 로페즈(16억5210만원)의 연봉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관중 수익과 선수단 인건비의 격차가 큰 편이다. 그렇다고 자체 스폰서, 광고 계약 규모도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유니폼 판매 수익도 미미할 분이다. 버는 돈에 비해 많이 쓴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K리그 구단은 모기업(기업구단)과 지방자치단체(시도민구단)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된다. 자체 수익은 미미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기업,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예산에만 큰 변동이 없으면 문제 없이 돌아가는 구조다. 개막이 한 달 넘게 연기됐음에도 선수단 임금 삭감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 상업성이 중요한 프로스포츠로서의 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나는, 보완이 확실히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K리그 관계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공감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유럽에서 선수단 연봉 삭감 뉴스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K리그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 아닌가. 개막을 못해도 월급은 이상 없이 나오기 때문에 선수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당연해 보이는 임금 삭감 논의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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