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양현종, 시즌 3승을 향한 하이킥!
KIA 타이거즈 선발 양현종이 22일 문학 SK전에서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타자가 최대한 빨리 치게 만들어야 한다.”

KIA 투수들의 올시즌 테마다. 선발 불펜할 것 없이 마운드에 오르는 모두가 이 테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결과는 환골탈태 그 자체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8위(4.65)에 최다볼넷 4위(504개)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8위(1.48)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은 KIA 마운드는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전혀 다른 팀이 됐다. 2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2위(3.69), 최소볼넷 3위(53개) WHIP 2위(1.27)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특히 선발진은 지난 19일 광주 롯데전부터 26일 수원 KT전까지 7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경기 흐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완벽히 해 냈다. 이 기간 KIA는 6승 1패로 상위권 경쟁에 뛰어 들었다.

SK전 선발 우완 이민우[포토]
KIA 선발투수 이민우가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비록 임기영이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5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으로 8연속경기 QS 릴레이에는 실패했지만 안정감을 잃지는 않았다. 선발진 전체가 안정감을 띄는 가장 큰 요인은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는 점이다. KIA 서재응 투수코치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투수들에게 강조한 세 가지 원칙를 공개했다. 그 첫 번째가 ‘투구수 줄이기’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 탓에 전체 투구수는 7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효율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서 코치는 “상대 타자가 타격을 하도록 만들어야 야수 도움을 받아 투구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는 없으니 야수들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이왕 도움을 받으려면 야수들이 집중력과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초구, 2구에 스윙을 하도록 마운드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도 “투수들이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을 많이 던지는데, 포수가 블로킹을 잘해주고, 야수가 수비를 깔끔하게 소화하면 자신감이 커진다. 이런 선순환이 투수들이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동력”이라고 밝혔다.

브룩스
KIA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17일 광주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제공=KIA타이거즈

완벽한 역할분담도 선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촉매제다. 서 코치는 “각자 보직에 따라 역할을 충실히 하자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기저에 깔린 생각은 ‘동료 투수와 야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서로 노력하자’다. 선발이 빠른 템포로 승부를 걸어 6이닝 동안 최소실점으로 버텨주면, 타자가 반격할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한 점이라도 리드하는 점수를 따내면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 등 필승조가 지켜내는 패턴이 올해 KIA 마운드의 핵심이다. 전상현은 “선발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주고 있어서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서로서로 ‘잘하자’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리가 실점하면 선발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뢰와 책임감이 마운드를 견고하면서도 높게 만든 셈이다.

[포토]
KIA 가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테마가 뚜렷하다고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선수 각자 의식있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서 코치는 “전력분석 미팅만 참석하고 공부를 안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투수코치 중책을 맡은 뒤 첫 번째 스탠스가 ‘전력분석미팅에 참석하지 않겠다’였다. 당시 서 코치는 “분석팀에서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만드는데, 정작 선수들은 관성적으로 자료를 훑어보고 만다. 이런 의식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투수가 주도적으로 상대 타자를 분석하고 공략법을 만들어, 포수, 코치들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서 코치는 투수들에게 “상대 타자를 어떻게 요리할지 미리 생각하고 분석해서 전력분석 미팅에 참석하자”고 당부했다. 낯설어하던 투수들도 서 코치와 1년을 생활하면서 준비 과정에 바뀌기 시작했고, 올해 그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포토] KIA 임기영, 아쉬운 1회 실점!
KIA 타이거즈 선발 임기영이 27일 수원 kt전에서 1회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IA는 2012년 7월 25일 무등 히어로즈전부터 8월 4일 잠실 두산전, 8월 29일 군산 삼성전부터 9월 9일 잠실 LG전까지 두 차례 10연속경기 QS 행진을 이었다. 당시 KIA 선발진은 74차례 QS로 ‘선발 왕국’ 찬사를 들었다. ‘대투수’ 양현종은 “그 때는 어깨 통증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져있었지만, 올해보다 당시 투수진이 훨씬 좋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팀 안팎에서는 당시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득점력은 다소 저조하지만, 마운드를 포함한 수비력이 받쳐주면 성적은 따라오는 게 야구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밥먹듯 하던 해태시절에는 한 해 10승 투수 6명(1993년)을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명가재건을 위해 ‘올 뉴 타이거즈’를 기치로 내건 KIA가 발톱을 날카롭게 가다듬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