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LG 오지환.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키움과 LG의 연습경기. 2020. 4. 27.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했어요.”

LG 주전 유격수 오지환(30)이 연일 호수비 열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회 정은원이 때려낸 타구가 낮게 깔려 날아왔고, 거의 안타나 다름없는 공을 오지환이 앉다시피 해 잡아냈다. 스텝을 제대로 밟기도 어려운 자세였지만 부드럽게 1루로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선발 투수 윌슨은 입을 벌린 채 박수를 보냈다. “내가 여기서 본 야수 중 수비가 가장 훌륭하다. 플레이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명확히 알고 있는 선수”라는 극찬을 덧붙였다.

그러나 방망이 성적은 영 신통치 않다. 26일 현재 18경기 타율 0.175(57타수 10안타)를 기록하고 있는데, 통산 타율 3할이 되지 않는 선수였다는 걸 감안해도 올해 유독 출발이 더디다. 포수 유강남(0.143)과 함께 팀 내 타격 성적표가 가장 부진하다. 리그 전체로 높여봐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는 오지환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7일 한화전을 앞두고 이병규 타격코치와 독대해 훈련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런 오지환에게 “수비만 잘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신의 신인 시절에 비춰본 조언이었다. 류 감독은 “나도 당시 방망이에 슬럼프가 왔었는데, 당시 코치님이 수비만 하라고 하더라. 그 얘기가 도움이 됐다. 지금 오지환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바라봤다.

수비적인 측면만 봐도 오지환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주전으로 선발 라인업에 계속 오르기에, 하위 타선이라고 해도 기본 역할은 해줘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사령탑의 당부도 정말 반쪽짜리 선수가 돼도 좋다기보다는, 현재 타격에서 갖는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미에 가깝다. 류 감독은 “타격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거다. 너무 신경쓰다 보면 수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잘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오지환은 곧장 응답했다. 이날 9번타자 및 유격수로 나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4회 1루 기회에서 한화 불펜 김종수의 바깥쪽 143㎞ 직구를 밀어친 게 좌월 투런포가 됐고, 5회 재대결에서도 3B1S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5구를 노려 무려 비거리 130m 솔로포를 날렸다. 한 경기에서 2번 손맛을 본 건 2016년 이후 처음이었다. 홈을 밟는 오지환의 얼굴은 모처럼 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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