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두산 유희관, 시즌 2승 도전!
두산 유희관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SK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5. 27.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북미 야구팬들도 이제 유희관(34·두산)의 느린 공에 적응했을까. 유희관이 ESPN을 통해 세번째 쇼케이스를 가졌다. 27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했다.

유희관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한 대부분의 타자에게 슬로커브를 던졌다. 요리에 빠지지 않는 소금과 같았다. 상대 타자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느린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의 보더라인을 넘나드는 12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 위력까지 살렸다.

유희관은 1회 선두타자 노수광 상대로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처음으로 슬로 커브를 보여줬다. 3구째 103㎞짜리 커브가 타자 머리에서 스트라이크존 아래에 걸쳤다. 2스트라이크로 기선을 잡은 유희관은 투심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중견수 뜬공으로 첫 타자를 돌려보냈다. 이날 데뷔한 2번 타자 최지훈에겐 100㎞ 커브를 던져 2루 땅볼을 유도했다. 최정에겐 볼넷을 내줬지만 천적 로맥을 상대로서 99㎞ 커브에 이어 121㎞ 체인지업으로 실점없이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엔 선두타자 정진기에게 1루 방면 내야땅볼로 출루를 허용했는데, 이후 그의 또다른 장기가 빛났다. ESPN이 “투구보다 빠른 견제구”라고 소개했던 모습을 재현했다. 왼발을 투구판 뒤로 빼자마자 번개같은 견제가 나왔다. 총알 견제구에 주자는 아웃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3회 SK타선이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서며 긴장감이 돌았다. SK는 유희관의 초구 스트라이크 적중 비율이 높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2사 이후 노수광과 최지훈이 연속해서 초구를 때려 출루에 성공했다. 마운드의 유희관은 이어진 중심타선과 힘든 승부를 하며 결국 연속 볼넷으로 첫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4회 들어 우익수 박건우가 선두타자 정의윤의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내며 유희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날 경기의 최저구속은 5회에 찍혔다. 유희관은 이전 타석에서 안타를 내준 최지훈에게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느린 커브를 선택했다. 슬로모션처럼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간 커브였다. 전광판엔 86㎞가 선명하게 찍혔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은 ESPN에 등장해 “유희관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공으로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내거나 꼼짝 못하고 지켜보게 한다. 스트라이크존을 잘 활용하는게 특기”라고 소개했다. 유희관은 SK전에서 옛동료의 평가에 신뢰도 100%로 증명했다.

유희관의 투구가 처음으로 ESPN의 전파를 탄 경기는 지난 15일 KIA전이었다. 당시 ESPN 중계진은 “체인지업을 계속 던지고 있다. 속구는 언제 던질지 궁금하다”고 반응했다. 두번째 경기는 21일 NC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유희관은 3회 박민우 상대 77㎞짜리 초 슬로커브를 선보였다.

ESPN은 유희관을 투구모습을 소개하며 “이 정도 구속이면 메이저리그(ML)에서도 최저 구속일 것”이라고 했다. ESPN의 설명처럼 최근 ML에서 나온 최저 구속은 2018년 뉴욕 메츠의 호세 레예스가 1-19로 뒤진 8회 마운에서 던진 48마일(약77.3㎞)이다. 레예스는 투수가 아니라 가능했던 느린 공이었다.

그러나 공이 느리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유희관은 KBO 무대에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투수다. 올해 8년 연속 기록에 도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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