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민호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명품 선발 대결을 벌인 삼성 원태인과 LG 이민호.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삼성 원태인(20)과 LG 이민호(19)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두 차례 선발 맞대결에서 명품승부를 벌이며 10년 라이벌 관계를 예고했다.

특급 선발 대결로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구위만 놓고 보면 둘은 이미 최정상급이다. 지난달 21일 대구 경기부터 지난 2일 잠실 경기까지 원태인과 이민호가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번째 승부는 신인 이민호의 판정승이었다. 당시 프로 입단 후 첫 선발 등판에 나선 이민호는 5.1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까지 거뒀다. 150㎞를 상회하는 무빙 패스트볼과 140㎞ 초반대 컷패스트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원태인도 묵직한 구위와 정교한 로케이션을 앞세워 7이닝 2실점했지만 아쉽게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원태인은 다음 선발 등판 경기인 롯데전에서 8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괴력을 발휘하며 리벤지 매체를 응시했다.

[포토]삼성 선발 원태인의 역투
삼성 원태인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6. 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리고 두 번째 승부에서 짜릿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약 열흘 전 1회에 채은성에게 던진 낮은 패스트볼이 결승 투런포로 연결된 것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채은성과 승부시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공략했다. 이따금씩 커브와 체인지업이 실투가 됐지만 위기마다 패스트볼로 돌파구를 열었다. 원태인은 평균자책점을 2.45까지 내렸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NC 구창모, 키움 에릭 요키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포토]LG 이민호, 시즌 2승 도전!
LG 이민호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6. 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민호 역시 그냥 무너지지는 않았다. 첫 번째 승부에서 원태인이 그랬던 것처럼 1회 2실점했지만 추가실점없이 7회까지 소화했다. 신인 투수답지 않게 패스트볼만 고집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까지 섞어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4회초 김동엽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져 몸에 맞는 볼을 범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동엽과 다음 승부에서도 자신있게 몸쪽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두둑한 배짱을 펼쳐 보였다. 6회초 타일러 살라디노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스플리터 또한 이민호의 잠재력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두 번째 승부 후 원태인은 “민호가 정말 잘 던지더라. 1회에 좀 안 좋았는데 바로 털어버리고 7회까지 끌고 갔다. 후배지만 나 또한 이러한 민호의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동생이지만 좋은 투구를 해줘서 나도 자극을 받았고 좋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정말 지기 싫었다. 이렇게 민호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이민호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올라서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시 이민호와 붙고 싶나?’는 질문에 “싫다. 또 붙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다.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원태인은 “개인적으로 신인 투수보다는 외국인 원투펀치와 붙는 게 부담도 덜되고 좋다. 다음에는 외국인투수와 붙고 싶다”며 정상을 향해 꾸준히 질주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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