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삼성 오승환. 2020. 6. 16.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끝판왕’ 오승환(38·삼성)이 본격적인 도장깨기를 앞두고 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공백기간 중 새로 생긴 구장과 팀을 상대로 ‘생애 1호’ 세이브를 쌓을 예정이다. 오승환 복귀 후 19경기에서 승률 2위(0.638, 12승 7패)에 오른 삼성의 상승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한 뒤 “3년 가량 거슬리던 통증이 사라져 한결 마음이 가볍다. 수 년간 최고의 몸상태로 시즌을 치를 수 있겠다”며 일찌감치 활약을 예고했다. 실제로 출장정지 기간 동안 남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회춘에 힘썼다. 복귀 후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뽐내 예언을 실현했다. 변함없는 구위로 ‘끝판왕’ 위용을 회복하고 있는 오승환은 지난달 30일 삼성의 새 홈구장인 ‘라팍’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따냈다. 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삼진 1개를 잡아내며 깔끔하게 막아냈다. 구속은 140㎞ 중반에 머물렀지만 회전이 많이 걸린 ‘돌직구’ 위용은 변함없었다.

실제로 선두타자로 만난 SK 고종욱은 144㎞짜리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했는데, 볼과 배트가 공 하나 이상 차이났다. 일반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은 릴리스포인트에서 포수 미트로 내리 꽂힌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데다 위에서 아래로 던지기 때문에 볼 궤적이 아래로 떨어지는 사선이 될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자들이 어퍼블로에 신경을 쓴다. 이를테면 타격훈련을 할 때 눈 높이에서 출발하는 공은 히팅포인트가 무릎 근처가 되는 식이다. 콘텍트 능력이 나쁘지 않은 고종욱이 140㎞대 초중반 패스트볼에 공보다 아래로 스윙했다는 의미는 오승환이 던지는 돌직구의 낙폭이 다른 투수들보다 적다는 뜻이다.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는 고종욱의 눈빛에는 ‘공은 보이는데 안맞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홈에서 뒤늦게 세이브를 따낸 것은 개인 컨디션과 경기 일정이 엇박자였기 때문이다. 1군에 복귀한 첫 날(지난달 9일) 키움을 상대로 새 홈구장 마운드에서 실전을 치렀지만 6월 13일 대구 KT전까지는 감각 회복 차원의 필승조 등판이라 세이브를 따낼 기회가 없었다. 익숙한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복귀 첫 세이브이자 한미일통산 400세이브 위업을 달성했고, 이후 사직에서 KBO리그 통산 28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포토] 삼성 오승환-강민호, 연승 신바람~!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6-3으로 승리한 뒤 강민호 포수와 세리모니를 하고있다. 2020.06.1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올시즌 네 번째 세이브를 새 홈구장에서 처음으로 따낸 오승환은 이달 중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등장한 구장에 모두 방문한다. 지난 2013년 통합우승을 이끈 뒤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거치는 동안 KT가 리그에 참여하게 됐고, 대구를 포함해 광주와 창원에 새 구장이. 현대가 쓰던 수원구장은 케이티위즈파크로 재탄생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와 창원NC파크에서는 아직 실전을 치르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19일부터 광주 원정을 다녀왔지만 등판기회가 없었다. 케이티위즈파크로 재탄생한 수원구장도 오승환에게는 미지의 땅인 셈이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도 삼성 소속으로는 등판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에서 등판하기는 했지만 세이브를 따내지는 못했다.

삼성은 오는 5일까지 홈에서만 경기를 치른다. 이후 고척에서 키움을 만나고 수원으로 이동한다. 새 구장깨기 릴레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은 오는 21일부터 주중 3연전이 예정돼 있다. 창원원정을 마치면 곧바로 광주로 이동해 KIA를 상대한다. 전구단 상대 세이브 기록도 흥미롭지만, 낯선 새 구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오승환이 새 구장 ‘도장깨기’와 KBO리그 통산 300세이브 중 어느쪽을 먼저 달성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를 배가할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삼성은 오승환이 복귀한 지난달 9일부터 30일까지 12승 7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펄펄 날았다. 같은 기간 삼성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한 키움 뿐이다. 오승환이 여름에 유독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끝판왕의 ‘쇼타임’이 ‘여름성의 귀환’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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