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체고
故 최숙현이 학창시절 다녔던 경북체고. 경산 |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그 때 폭행 사실을 알았더라면 …”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의 비보를 접한 옛 스승은 안타까움에 말문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석정중학교 1학년 때 철인3종경기를 시작한 최숙현은 이듬해인 2012년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여자부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나타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났던 그는 당시 경북체육고등학교 김성호 감독의 눈에도 띄었다. 그는 3년 뒤 국제대회에서도 개인전 동메달을 거머쥐는 등 장래가 유망했다. 김 감독은 7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격이 소극적이지도 엄청 활발하지도 않았지만 운동 실력은 좋은 제자였다”라며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라고 고 최숙현을 기억했다.

하지만 고 최숙현의 악몽은 고등학교 때 경주시청에 미리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폭력으로 지도하는 김규봉 감독부터 제왕으로 군림한 선배 장윤정의 지시로 선수들은 고인을 ‘왕따’ 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직 고등학교 재학 중일 때였기에 고 최숙현의 피해 사실이 고등학교 감독에 의해 밝혀질 수 있었지만 가해자들의 치밀했던 가해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김 감독은 “폭행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라며 한탄했다. 수영 감독인 그는 신체 상당 부분이 드러나는 운동 특성상 조그마한 증상이 있었다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그는 “내가 선수들의 부상을 모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가 (고 최숙현을) 고등학교로 데려온 것이기에 마음이 무겁다”라고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아꼈던 제자를 잃은 김 감독은 체벌을 가하는 체육계 오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체벌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바뀌어야 할 악습”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체벌하면서 운동 가르치는 건 반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이번 비극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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