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ITALY SOCCER JUVENTUS PIRLO
유벤투스 사령탑에 부임한 안드레아 피를로. 사진은 지난 2014년 유벤투스 선수 시절 때 모습. 토리노 | EPA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유벤투스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안드레아 피를로(41)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유벤투스는 9일 피를로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앞서 베테랑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40대 초반의 피를로 감독을 새 수장으로 내세웠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피를로 감독은 2022년 여름까지 유벤투스를 이끌게 된다.

말 그대로 파격이다. 피를로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없다. 지난해 8월 UEFA 프로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지도자 변신 수순을 밟았다. 지난달 말에는 유벤투스 23세 이하팀 사령탑에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감독 일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대신 유벤투스 차기 사령탑 후보로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비롯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들이 거론됐다. 그러나 유벤투스의 최종 결정은 피를로였다.

이탈리아 언론 디마르지오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이 피를로 감독 선임에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넬리 회장은 2011년 AC밀란에서 뛰던 피를로를 영입한 인사이기도 하다. 아넬리 회장은 피를로 감독이 초보이지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원래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출신 지도자를 중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역대 31명의 사령탑 중 외국인은 13명에 불과하다. 1976년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을 시작으로 44년간 자국 지도자들이 득세했다. 외국 감독은 프랑스 국적의 디디에 데샹(2006~2007년) 감독이 유일할 정도로 감독 선임에 보수적인 편이다. 또 다른 후보로 시모네 인자기 라치오 감독이 있었지만 유벤투스는 지도자의 명성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리 감독은 전술적인 능력을 인정 받는 지도자이지만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선수단 내부에서 불화설이 자주 제기되기도 했다. 피를로의 경우 선수 시절의 명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선수들이 쉽게 볼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벤투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조차도 존중하는 감독이 필요했다. 피를로는 현역 시절 2006년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고, 이탈리아 대표로 활약하며 A매치 116경기에 출전한 레전드이기도 하다. 유벤투스에서만 세리에A 4회 우승을 달성했고, AC밀란에서는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했다.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유벤투스에는 전술적 능력을 갖춘 리더보다 선수단을 장악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감독이 부임하는 게 낫다는 시각도 있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과거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경우 리저브 팀에서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후 1군을 맡아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피를로 감독은 아예 초짜다. 유벤투스라는 거대한 팀을 이끌게 된 만큼 ‘모 아니면 도’라는 의심을 걷어내는 것은 피를로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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