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저축은행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JT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주주 J트러스트가 은행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도외시한 채 졸속·밀실매각을 통해 매각차익을 최대화하고 자금을 국외로 유출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그러나 J트러스트 측은 “직원의 고용안정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자본의 JT저축은행 졸속·밀실매각 시도를 규탄한다. 매각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라. 모든 노동자가 구조조정 걱정 없는 협약안을 마련하라. 금융당국은 JT저축은행 먹튀를 방관하지 말라”고 외쳤다.

JT저축은행은 2006년 12월 예아름상호저축은행으로 설립됐다. 2008년 4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돼 SC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2015년 일본계 금융자본 J트러스트그룹이 인수해 JT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경기,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이어왔다. JT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조4164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181억원을 기록했다. J트러스트가 인수했을 당시에 비해 자산은 2배, 수익성은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J트러스트는 지난 6월 말부터 JT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SC저축은행을 약 500억원에 인수한 지 불과 5년 만에 재매각에 나선 것이다. JT저축은행의 매각가는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J트러스트는 3배 가까운 매각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J트러스트의 JT저축은행 매각은 대한민국 서민들의 예금으로 자금을 모아 최대의 이윤을 내고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전형적인 ‘먹튀’ 행각이다. J트러스트는 그동안 국내 저축은행을 운영하면서 업계 최저 수준의 저임금정책으로 일관해왔다. 타 저축은행보다 높은 이직률은 그만큼 JT저축은행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또한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전체의 30% 이상을 비정규노동자로 채용해왔고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방식의 과도한 성과주의로 노동력을 착취해왔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고 서민들의 자금으로 얻은 수익을 그대로 들고 튀려는 것이다. 또한 최대의 매각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 무리한 사업비 축소 등을 자행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JT저축은행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은 외면한 채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공식선거에 의해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조차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사간 협의조항을 무시하고 오직 대주주와 매각주관사만이 정보를 독점한 채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회사는 선관주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치도록 돼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항목에는 애초부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고용안정과 관련된 항목이 제외돼 있다. 5년 전 금융당국이 제대로 심사를 했다면 J트러스트에 의해 노동자들이 열악한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적 노동환경에 처하지 않을 수 있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JT저축은행의 먹튀를 절대 방관해서는 안된다. 노조탄압과 구조조정을 자행하려는 자본에 또다시 재매각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금융당국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6월 매각 결정 후 대표가 직원 게시판을 통해 고용승계·안정은 가장 중요한 매각의 어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이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매각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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