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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BO 신인 드래프트 | KBO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다사다난했던 만큼 굵직한 과제도 남긴 2021 신인 드래프트였다.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구단은 메이저리그(ML) 국제 아마추어 계약 기간 변화에 따른 혼란과 1차 지명부터 이슈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KBO와 각 구단 실무진 또한 이듬해 드래프트 제도 보완을 두고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2021 신인 드래프트 주인공은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18)이었다. 보통은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에게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2라운드 1순위, 전체 11순위로 호명된 나승엽과 나승엽을 지명한 롯데 구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당초 롯데 1차 지명이 유력했던 나승엽은 1차 지명일을 앞두고 ML 진출을 선언했다. 미네소타와 계약금 85만 달러에 사인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롯데는 물론 1차 지명에서 나승엽을 선택할 수 있었던 한화와 삼성도 나승엽을 포기했다. 그런데 나승엽은 아직 미계약 상태다. 롯데를 포함한 몇몇 팀들이 드래프트에서 나승엽 지명을 고려했고 결국 롯데가 나승엽의 이름을 호명했다.

지난해까지는 이러한 중복 지명이 불가능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ML 국제 아마추어 계약은 한국시간으로 7월 3일부터 이뤄졌다. KBO 드래프트가 8월말 혹은 9월에 열렸기 때문에 나승엽처럼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다가 KBO 드래프트에서 호명되는 경우는 없었다. 이따금씩 1차 지명된 선수가 ML행을 선택한 경우는 있어도 드래프트 당일까지 신분이 모호한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ML는 올해부터 2년 동안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이듬해 1월 16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휘감으면서 ML 스카우트들도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 유망주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네소타는 고교 2학년까지 나승엽을 관찰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약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이듬해에도 올해 나승엽과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2021년 지명 대상자들 또한 빅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022년 1월 16일부터 ML 팀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나승엽 사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폭력도 이번 드래프트 빅이슈였다. NC가 김유성 1차 지명을 철회하면서 스카우트들은 드래프트 지명 후보군에 넣어둔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상 생활기록부 열람을 비롯한 사실 확인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한 고교야구 감독은 A선수가 알려진 것과 달리 과거 학교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10구단에 증거 자료를 전달했다. 구단은 피해자로 알려진 선수들의 부모에게 직접 확인을 받은 후 A선수를 지명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드래프트 대상자 중 단순히 과거 학교폭력 이슈가 있었던 선수만 10명 가량이었다.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서 지명을 포기한 선수도 있다”고 밝혔다.

KBO는 이듬해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에 실무자 회의를 열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이전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도 지명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앞으로 꾸준히 실무자들과 논의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수위까지 사전정보 파악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학교폭력 이슈는 여론에 의해 수위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지명 당시 문제가 없는 것 같았던 일도 나중에 커질 수 있다. 제도 보완이 반드시 해결책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