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t 이강철 감독, 홈 최종전도 침착하게...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25일 수원 롯데전에서 3-0으로 앞선 4회 팀의 수비를 지켜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올해도 세 구단이 대행 체제로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KBO리그에서 시즌이 끝나간다는 뜻은 포스트시즌과 별개로 새 감독을 향한 관심이 폭증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최근 3년간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은 대행으로 시즌을 마친 팀의 감독 인선과 교차했다. 묘한 공통분모가 있어,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은 팀이 특히 노심초사 중이다. 특히 두산은 2017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도중 수석 코치가 다른 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 마음 고생을 했다. 2017년 한용덕, 2018년 이강철 수석코치가 각각 한화와 KT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의 강팀 DNA를 이식하기 위한 하위팀의 노력은 어느정도는 성적으로 확인됐다.

한용덕
2020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한용덕 감독을 영입한 한화는 2018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일궈내 오랜 기간 기다려온 팬들에게 가을잔치의 기쁨을 안겼다. 비록 지난해 하위권으로 다시 추락했지만, 김인식 감독 시대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한화 팬들은 큰 위로를 받았다.

KT도 이강철 감독을 선임한 2019년 창단 첫 승률 5할을 달성하더니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KT는 내친김에 플레이오프 직행(2위)을 노릴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 중이다. 이 감독도 “넥센(현 키움)과 두산에서 경험이 팀을 지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육성 맛집’에 몸담은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 모두 투수 출신이라 ‘두산의 투수 총괄’에 눈길이 쏠린다. 새 판을 짜야하는 SK는 마운드 재건이 시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통에 능한 다른 팀 투수코치 중에 SK 투수들을 잘 아는 인사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단이 염경엽 감독의 거취를 두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라운드 응시하는 허문회 감독[포토]
롯데 허문회 감독이 26일 2020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키움히어로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팀은 핵심 코치 한 명을 빼앗긴다는 인식도 굳어졌다. 지난해에는 키움 수석코치였던 허문회 코치가 롯데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깜짝 인사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좋아하는 코치라는 의견이 코치 허문회를 감독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후 키움 구단이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묻히긴 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팀 수석코치의 이탈은 3년째 이어졌다.

올해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가 ‘새 감독 선임’ 과정에 주목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리빌딩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한화가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소통법을 겸비한 코치를 차기 감독감으로 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육성 노하우와 구단 매뉴얼 정립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가을잔치에 참가한 팀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켰으면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만,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팀은 새 시즌 준비 단계라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변명으로 사전 교감에 돌입한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포스트시즌이 감독 영입을 위한 눈치싸움으로 전개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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