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국시리즈의 패장이 된 두산 김태형 감독
KBO 리그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6년 연속 진출한 두산 김태형 감독. 한국시리즈에서 패전시리즈도 3패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53)은 KBO 리그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6년 연속 진출해 레전더리급 지도자가 됐다. 두산 역시 김태형 감독과 함께 6년 사이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왕조를 이뤘다.

‘왕조(Dynasty)’는 최소한 3차례 이상 정상을 차지했을 때 부를 수 있다. 짧은 KBO 리그 역사상 왕조를 이룬 팀은 해태 타이거스(1986-1997년), 현대 유니콘스(1998-2004년), 삼성 라이온즈(2011-2014년), SK 와이번스(2007-20010년), 두산 베어스(2015-2020년) 등이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도 김태형 감독이 유일하게 일군 작품이다.

현역 최고 지도자는 누가 뭐래도 김태형 감독이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김 감독에게도 그늘이 있다. 한국시리즈 2회 우승 이상을 거둔 감독 가운데 패전시리즈(준우승) 역시 가장 많다. 한국시리즈 전적은 3승3패다. 한국시리즈 최다 패전은 김영덕 감독이다. 삼성과 빙그레에서 6번 준우승을 맛봤다. 김영덕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유일하게 1982년 원년이다. 김영덕 감독에 이어 3패는 공동 2위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김경문 전 감독과 김태형 감독이 나란히 3패씩이다.

한국시리즈를 4차례 제패한 현대 김재박, 삼성 류중일 전 감독은 1패씩이다. 4승1패다. SK에서 3차례 정상에 오른 김성근 전 감독은 LG와 SK에서 각각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3승2패.

아울러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벼랑 승부(elimination game)’에서 3전 전패다. 2017년 KIA(1승3패에서 준우승), 2018년 SK(2승3패), 2020년 SK(2승3패)와의 벼랑 승부에서 한 번도 시리즈를 연장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위기 능력을 점수로 치면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고 몰아 쳤을 때는 쉽게 정상에 올랐지만 수세에 몰렸을 때는 이를 돌파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리즈 역전은 일궈내지 못했다.

2020년 시즌 시작전 두산은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에 예비FA들의 강력한 동기부여 덕분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시즌 시작부터 이용찬의 수술 이탈 등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다행히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만족할 수는 없는 성적이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정점이다. 전력 자체가 더이상 올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내년엔 FA선수들의 유출로 전력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예전부터 그랬지만 투자와는 거리가 먼 팀이다. 모기업도 재정적으로 취약하다. 해태와 현대 왕조가 몰락한데는 모기업의 재정 부실이 결정타였다. 야구단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김태형 감독에게는 2021시즌이 지도자로서 진짜 시험대다. 해태 김응용 감독도 1997년 시즌 후 “동열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라며 장탄식하며 본인도 2001년 삼성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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