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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방담]핵폭탄 같은 열기…올림픽 성공 원동력은 '국민의 힘'이었죠
  • 입력 2018-02-26 05:45
  • 수정 2018-02-2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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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담용 사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한 본지 박진업, 최승섭, 김용일, 이용수, 김현기, 윤세호 기자(왼쪽부터)가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김용일·윤세호·이용수·최승섭·박진업기자]“국민이 평창 올림픽 성공의 주역이었다.”

한 달간 평창과 강릉, 정선을 누비며 평창 올림픽의 시시각각을 전달한 스포츠서울 올림픽 취재팀이 내린 결론입니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두 번째 올림픽, 최순실 국정농단과 평양 올림픽 논란, 자원봉사자 처우 문제, 노로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개막 전부터 시끌시끌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평창과 강릉을 찾아 성원을 보내고 메달이 아닌 선수들의 땀에 박수를 보내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펜을 들고, 카메라를 지고 각 경기장을 누빈 6명의 현장기자들이 지금부터 평창 올림픽의 뒷얘기를 풀어놓습니다.

김현기 차장(이하 김현기)=저는 평창에 제일 먼저 왔거든요. 1월28일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으니 정확히 30일 머무르고 떠나는 셈입니다. 처음 왔을 땐 올림픽 분위가 전혀 나질 않아 개최 도시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개막 직전까지도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조직위원회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끝난 이유는 역시 국민들의 관심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로 강릉올림픽파크를 보면 개막 직후까지도 인파가 많지 않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감동적인 경기들을 펼치면서 설 연휴부터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꼭 올림픽을 보지 않아도 오륜 마크나 올림픽 관련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고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가족도 KTX를 타고 와서 올림픽을 즐겼고요. 우리 선수들 그리고 국민들이 성공 개최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용일 기자(이하 김용일)=저도 공감합니다. 평창 올림픽은 성적에 가장 연연하지 않았던 올림픽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선 메달 수로 올림픽을 바라 보지 않는데 우리도 이제 그 단계에 서서히 진입하는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뜬 선수들을 보면 역경을 딛고 금·은·동메달을 일궈낸 선수들도 있었지만 ‘흥유라’로 불렸던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나 바이애슬론 귀화 선수 티모페이 랍신,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4위를 하고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김아랑 등이었잖아요.

최승섭 차장(이하 최)=그 동안 쇼트트랙에 한정된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엔 스키나 스노보드,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다양한 종목에서 뜨거운 열기가 있었다는 것도 꼽을 수 있겠네요. 국민적 의식도 전반적으로 높아진 대회였던 것 같고요,

[포토] 민유라-겜린, 감격의 쇼트 연기

한국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해 쇼트 연기 후 관중에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포토]강추위에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관중 가득

11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크로스 컨트리 스키 남자 15km+15km 스키애슬론 경기에 수많은 관중이 몰려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박진업 차장(이하 박)=추위 때문에 개막식 우려가 컸는데 하늘이 도와 날씨가 좋아졌죠. 개막식 프로그램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팀워크 논란이 몇몇 종목에서 있었지만 ‘마늘소녀’, ‘배추보이’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또 생긴 것도 기억에 남고요. 국민을 기쁘게 해주는 선수들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윤세호 기자(이하 윤)=전 이달 5일에 평창에 왔는데 셔틀버스가 제대로 운행되질 않아 걱정이 많았어요. 버스 문제를 자원봉사자에게 물으려고 했더니 옷이 너무 얇더라고요. ‘이것 참 큰 일이구나’ 싶었죠. 그런 우려에 비하면 순탄하게 올림픽을 치른 것 같습니다. 다만 매진 발표가 있었음에도 경기장 곳곳이 비어 있는 ‘노 쇼’ 현상은 되짚어봐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 단일팀 첫 경기엔 외신이 100명 넘게 있었는데 겉만 매진이고 실제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었거든요. 미국과 캐나다의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은 더 심각해서 세기의 라이벌전이었음에도 표가 없어 못 들어간 미국 혹은 캐나다인들이 많았다고 해요.

이용수 기자(이하 이)=‘평양 올림픽’이나 ‘김일성 가면’ 등 북한 이슈가 많았는데 거기에 주목하기 보다 스포츠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언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현기=북한 얘기가 불거졌으니 이걸 꺼내지 않을 수 없군요. 개막 직전에 ‘두 명의 북한 비밀 요원’이 화제였죠. 월스트리트저널에도 기사가 나오고요. 사실 전 지난해 여자축구 평양 원정을 갔다가 알게 된 사람들이었거든요. ‘면식범’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어쨌든 그 둘과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눈 것을 기사로 냈는데 반향이 좀 커서 제 스스로도 놀랐어요. 둘 외에도 제가 아는 사람 둘을 더 만났는데 한 명은 공식 출입카드를 받아 쇼트트랙이나 피겨 선수단에 섞여 다녔고 한 명은 ‘은방울’ 점퍼를 입고 기자단으로 다녔어요. 물론 그 둘도 선수단이나 기자가 직업은 아닐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기자들이 북한 취재단에 카메라 세례를 퍼붓자 ‘은방울’ 점퍼 입은 그 ‘기자’가 “기자가 왜 기자를 찍습니까”라며 반발했을 때입니다. 제가 멀리서 봤는데 속으로 ‘박 선생, 기자 아니잖아요’라고 생각하며 웃었죠. 어쨌든 남과 북의 특수한 상황이 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선수단이나 취재단에 섞여서 오는 것은 이해해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올림픽이란 국제대회 규정에 맞는 행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다수의 미디어 인력들이 올림픽 위에 북한이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김용일=북한을 생각하는 방식이 옛날과는 달라졌죠. 북한 응원단이 와도 관중이 예전만큼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단일팀에 대한 반발을 봐도 여론이 예전만큼 호의적이진 않았죠.

윤=전 단일팀을 자주 취재했는데요. 선수들끼리 처음엔 무슨 말 하는지도 몰랐다고 했으니까 먼 관계는 맞습니다. 이젠 많이 가까워졌다고 보고요. 그 속에서 숨은 공로자를 꼽으라면 단일팀 코치로 합류한 북한의 박철호 감독이었어요. 훈련을 가서 보면 나이도 한창 어린 새라 머리 감독이 지시할 경우 박 감독이 바로 수긍하고 선수들에게 “한 번 더 합시다”라고 지시하더군요. 그것 만큼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 감독하고 인터뷰도 하고 몇 마디라도 더 나눠보고 싶었는데 그게 되질 않아서 아쉬워요.

박=단일팀의 마지막 두 경기에선 북한 응원단이 오질 않았어요. 우리끼리 한반도기를 들면서 응원했는데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응원이 더 잘 됐죠. 북한 응원단은 경기장 내 공연이 있는데도 치고 들어와서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이라고 외치는데 나중엔 외딴 섬처럼 고립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오더라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포토] 북한응원단, 똑같은 선글라스 쓰고

북한응원단이 18일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경기에 출전하는 최명광, 강성일을 응원하고 있다. 평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현기=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뭐였죠? 전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맞대결을 꼽을 수 있겠네요. 우선 고다이라의 기록에 놀랐고, 고다이라가 결승선 통과한 뒤 두 팔을 크게 벌려 기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상화가 레이스 중반까지 0.2~0.3초 더 빨라서 거기에도 놀랐는데 마지막에 지니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상화의 눈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기가 끝난 것에 따른 후련함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의 승부 근성이 눈물에 묻어나온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선수촌 입촌할 때도 고다이라 얘기에 굉장히 민감해 했거든요. ‘빙속 여제’의 명성과 자존심, 은메달이었지만 흠이 가지 않았습니다.

김용일=전 여자 컬링 한·일전입니다. 컬링에서 스킵 역할이 중요한데 김은정과 후지사와 사츠키, 둘의 캐릭터가 부각돼 큰 관심을 받았죠. 전 일본 언론에 인터뷰를 ‘당한’ 적도 있었는데 그 쪽 질문이 “후지사와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가, 왜 그런가” 등이었어요. 반대로 일본에선 김은정을 많이 주목했고요. 준결승 연장전에서 마지막 샷 하나로 승부가 결정났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 전에는 후지사와가 잘 했는데 김은정이 마지막 하나로 다시 뒤집었잖아요. 똑같이 울었는데 김은정은 기쁨의 눈물, 후지사와는 아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구기종목하면서도 느꼈지만 이번 여자 컬링 준결승은 엄청난 한·일전이었습니다. 모두가 칭찬한 경기였습니다.

[포토]\'안경 선배\' 김은정, 결승 진출에 안경 벗고 눈물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은정이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연장 승부 끝에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포토]후지사와 뒤의 김은정, \'지켜보고 있다!\'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의 후지사와(아래)가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서 스톤 방향을 얘기하는 사이 한국의 김은정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피겨 아이스댄스의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노출로 화제가 많이 됐죠. 불상사가 일어나면서 뭔가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쇼트프로그램 2위를 하고 다음 날 프리스케이팅에선 1위를 했어요. 결국 총점으로 은메달을 땄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출은 사진을 확인할 때 알았어요. 동료 사진기자들도 노출을 몰랐다가 나중에 확인하고 삭제하느라 애 먹는 모습을 봤어요. 민유라 의상 끈이 풀어질 때도 제가 있었는데 한편으론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 일 없이 연기하는 선수들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스노보드 경기를 자주 취재하다보니 평생 보기 힘든 경기를 여러 번 봤네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미국의 황제 숀 화이트가 대역전하고 우승했던 그 경기…. 관중석 가격이 16만원이었는데 30만원이든 50만원이든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국-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심지어 취재진도 미국 구역, 캐나다 구역으로 나뉘었는데 서로 골을 넣을 때마다 테이블을 치면서 좋아했어요. 이상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준결승에서 0.01초 차이로 이긴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피드를 겨루는 스노보드에서 동양인은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상호가 그 어려운 걸 해냈거든요.

이=전 설상 종목 자체를 살면서 처음 봤어요. 그것도 바이애슬론이었죠. 현장 분위기는 완전 유럽이었어요. 외국 TV를 보는 느낌이 들었죠. 귀화 남자 선수 티모페이 랍신을 자주 만나다가 단독 인터뷰까지 했는데 랍신이 팬서비스를 잘 하고, 또 태극기 휘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민들도 랍신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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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화이트가 14일 보광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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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현기=그나저나 한국에서 하다보니 특이한 점도 많았죠? 이번 올림픽은 ‘치킨과 광어회 올림픽’이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할 땐 먹는 게 고생이었는데 이번엔 저희가 숙소로 삼은 아파트로 치킨을 시켜먹거나 경포대로 나가서 회를 멤버들과 많이 먹어서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최=미국 중계 때문이라고 하는데 경기가 오전 9시, 아니면 오후 7~8시 이후였습니다. 낮에는 좀 한가했고요. 그러다보니 애로점이 있었죠. 치킨도 그래서 자주 먹었고요. 오후 5~6시엔 경기장 가서 자리잡고 촬영해야 하니까. 끝나면 자정 무렵이 되고 치킨집, 족발집을 찾을 수밖에 없더군요(웃음).

박=평창이나 강릉은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부족하다보니 관중 입장에선 경기장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걱정된 게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아이스아레나(쇼트트랙 및 피겨 경기장) 앞에 택시도 못 들어오게 했다가 문제가 너무 크니까 택시 정류장이 생기더군요.

윤=반면 슈퍼스토어는 대박이 났죠? 마스코트도 반응이 좋고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설날 이후부턴 줄이 엄청 길었습니다.

김용일=부모님이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때도 관전을 하셨는데 이번에도 와서 경기를 보시고는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하십니다. 식당을 이용해도 예전엔 쓰레기가 넘쳐났지만 이젠 각자 정리하고 퇴장하고 그러더랍니다. 시민 의식이 많이 상승됐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김현기=전 이번 평창 올림픽의 폭발적 열기를 전 포털 조회수를 보면서 느꼈어요. 조회수로 인상 깊었던 경기가 정현의 호주오픈 8강전과 4강전, 그리고 지난해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코너 맥그리거의 복싱 경기 등이었는데 노선영-김보름 사건을 포함해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할 때마다 핵폭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폭발적인 관심이 조회수로 반영되더군요. 이게 바로 스포츠의 힘인데 우리 사회가 이런 점을 앞으로도 알아줬으면 합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때 다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요?

김용일=베이징이요? 생각만 해도 깜깜합니다(웃음). 중국은 빙상 경기장과 설상 경기장이 180㎞나 떨어져 있다던데요.

이=그래도 스키 메달이 또 나온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윤=6월 러시아 월드컵,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멀게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이런 관심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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