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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최근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탄핵심판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2010년 통화옵션계약 키코(KIKO) 민사소송에서 은행의 불공정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린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들어갔다. 헌재는 임 부장판사의 그간 행위가 헌법상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국회는 임 부장판사가 주요 사건 재판부에게 특정한 방향의 판결을 내리도록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고 보고 탄핵소추한 바 있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는 수조원대 금융피해를 낳은 키코 사태와 관련된 재판에서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1부 부장판사로 있었던 2010년, 키코 피해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에 따라 은행 측에 지불한 164억원을 돌려 달라”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키코가 환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사기적 성격의 파생상품에 해당한다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은행의 사기·불공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은행 없는 기업은 없고 기업 없는 은행도 없다. 그간 소송 과정에서의 앙금을 풀고 은행 측이 기업들을 위한 아낌없는 금융지원으로 기업들과 함께 경제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2013년 대법원합의체는 원심의 판결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2013년 판결이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거래 대상임이 드러났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 차장이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그동안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에 키코 사건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키코 사건은 별첨자료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 가운데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 중 하나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는 “키코 사건에 대해 금융기관과 기업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건에서 양측이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언급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2019년 2월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양승태 사건의 공소장을 작성하며 키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피해기업들은 이후로 윤석열 검찰총장 등에 키코에 대한 재수사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4월 이를 끝내 거절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켰다. 이 지검장은 키코 판매사들에게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해준 장본인이다. 이 지검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있으면서 키코 부실판매로 고발된 경남, 국민, 산업, 신한, 씨티, 외환, 우리, 하나, HSBC, JP모건, SC제일 등 11개 시중은행 임직원 90여명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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