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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력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 회사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관련 종목 주가가 급락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한국시간)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알려진 것에 반발해 현대·기아차와의 논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대·기아차도 8일 오전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도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이후 현대차그룹 관련 종목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1만5500원(-6.21%) 하락한 23만4000원에, 기아차는 1만5200원(-14.98%) 폭락한 8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는 장중 22만8500원까지, 기아차는 8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만500원(-8.65%) 하락한 32만2000원에, 현대위아는 1만1700원(-11.9%) 급락한 8만6600원에, 현대글로비스는 2만1000원(-9.5%) 내린 2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기아차와 애플이 손을 잡는다는 소식은 지난달부터 급속히 확산되고 있었다. 애플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현대·기아차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다수의 기업과 협의 중”이라며 간접적으로 애플과의 협업 추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공시에서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시 중단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와 애플이 당장 자율주행차 생산 협의를 중단하더라도 추후 ‘애플카’ 생산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이 무산됐다기 보다는 잠정 보류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플은 잇따른 언론 보도로 비밀 유지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협상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역시 애플의 ‘하청업체’처럼 보이는 수탁 생산에 대한 내부적인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공시에서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대상을 ‘자율주행차’라고 적은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 ‘전기차 생산’ 등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공시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애플에 대해서는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애플이 각각 자체적인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아닌 전기차 부문에서만 협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초 애플과의 협의는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관련해 애플과 협업을 하기보다 독자적인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 플랫폼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의 안건이 변동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애플의 협의가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도 여러 단계가 있고 작게는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라도 협력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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