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iga ( Valencia CF vs CA Osasuna - 2021/01/21 )
발렌시아의 이강인.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감독의 외면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이강인(20·발렌시아)이 보란 듯이 기량을 과시했다. 후반기에 접어들어서야 반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강인은 21일(한국시간) 발렌시아 홈 구장에서 열린 셀타 비고와의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추가시간 마누 발레호의 결승골을 도우며 발렌시아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이강인 최고의 경기라 할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이강인은 화려한 개인기와 탁월한 탈압박 능력을 과시하며 경기 내내 셀타 비고 선수들을 농락했다. 중원과 2선에서 상대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며 경기를 자신의 리듬으로 주물렀다. 특유의 창조적이면서도 절묘한 패스는 발렌시아 공격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

승리의 분수령이 된 결정적 장면도 모두 이강인 발 끝에서 나왔다. 후반 19분 이강인은 2선 지역에서 패스를 받은 후 빠른 타이밍에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절묘한 공간 패스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가 나와 돌파를 저지하려다 반칙을 범했고, 주심은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라 판단하고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발렌시아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 시발점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에는 화려한 플레이로 도움을 올렸다. 페널티박스 안 복잡한 상황에서 이강인은 발레호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았다. 발렌호가 주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강인은 상대 수비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터치로 공간을 확보한 후 발레호에게 완벽한 1대1 찬스를 만들어줬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하비 그라시바 감독의 외면을 받으며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마지막 선발 출전 경기는 지난달 22일 오사수나전이었다. 시즌 초반에도 좋은 경기를 하고도 벤치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냉정하게 현재 발렌시아에서 이강인 정도의 기술과 패스 능력을 보유한 선수는 없다. 이날만큼은 모처럼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 기회를 제공한 그라시아 감독도 “이강인이 좋은 활약을 했다는 것에 동의한다”라면서 “오늘은 공격수들의 수비가 중요했는데 잘해줬다. 공격 시에는 순환하는 패스, 마지막 패스도 좋았다. 모든 포지션에서 훌륭한 수준의 패스를 연결했다”라며 칭찬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반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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