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두산에 패한 NC, 잠실만 오면...
NC 선수들이 4월 23일 잠실 LG전에서 패한 후 더그아웃을 빠져나가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코로나19 첫 해를 거침없이 이겨냈던 챔피언의 위용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금 순위표에서 위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마냥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확진 과정과 이후 구단의 대처는 명백히 처벌 받아야 한다. 2020년 첫 통합우승의 영광을 뒤로 하고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했던 과거 모습으로 돌아온 NC다.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 시작점부터 지침 위반이다. NC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과 외부인 2명은 지난 5일밤 서울 강남 선수단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성인 6명이 객실에 모인 것부터 ‘숙박 시설 정원 초과 입실 금지’ 위반이다. 5일 당시 수도권은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었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사적모임은 4인까지만 허용된다. 동거가족, 직계가족 등은 예외를 두지만 이들 6명 모두 가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이는 시즌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발표한 권고 사안에도 어긋난다. KBO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지침을 준수하고 타구단 인원 및 외부인과의 만남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그리고 외부인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불씨는 겉잡을 수 없이 크게 번졌다. 8일 잠실 두산전부터 11일 고척 키움전까지 NC가 포함된 모든 경기가 취소됐다. 그리고 11일 긴급 실행위원회, 12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초유의 시즌 중단이 결정됐다. 지침 위반으로 시작된 사적모임이 수천명의 달하는 리그 종사자들과 수천만명의 야구팬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더불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 또한 엔트리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백신접종이 완료된 박민우는 코로나19는 피했으나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자진하차했다. 대표팀은 오는 17일 첫 훈련에 임한다. 당장 2루수부터 새롭게 채워넣어야 하는 대표팀이다.

NC, KIA 상대 7연승 도전 실패<YONHAP NO-6919>
NC 선수단. 2021.7.1 연합뉴스

안일한 대처는 선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구단 또한 KBO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는 지난 11일 오전에 끝났다. 1군 선수단 중 64%가 자가격리 판정을 받았다. 이후 NC가 취해야할 첫 번째 스텝은 오후 5시 고척 키움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격리대상에서 제외된 선수들과 2군 선수들로 고척 키움전에 대비하는 게 시즌 전 KBO와 10구단이 결정한 매뉴얼이다. 하지만 이날 그 누구도 고척돔에서 NC 선수단 버스를 목격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면 늦어도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2시경 선수단 버스가 고척돔에 도착해야 한다.

KBO는 NC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을 두고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다. 11일 고척 키움전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NC 구단 또한 징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더불어 NC 구단은 내부규정을 어긴 선수 4명을 엄숙히 징계해야 한다. 선수들도 징계에 앞서 고개를 숙였다. 박석민은 14일 사과문을 통해 “저를 포함해 일부 선수의 잘못으로 리그가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변명보다는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징계가 내려진다면 겸허히 받겠습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 후 NC 이동욱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힘든 시즌을 잘 이겨냈다.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도 경기가 안 풀리면 회식도 하고 싶고 밖에 나가고도 싶을 것이다. 이를 모두 참아내고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들이 쌓아올린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피해자는 동료, 코칭스태프 뿐이 아닌 리그 구성원 전체, 그리고 야구팬 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