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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태양이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라이징 선(SUN)’ 이태양(32·SSG)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는 17일이면 첫 아이 ‘쿵짝이’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이다. 풀타임 선발에 도전하는 해라 캠프를 오래 비울 수는 없지만, 이른바 ‘분유 버프’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에 또 밤잠을 설친다.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이태양은 14일 “내일 훈련이 끝난 뒤 가족이 있는 대전으로 간다. 출산을 앞둔 아내 옆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간 출산 휴가를 떠나야 하지만, 마냥 들뜰 수만도 없다. 우선은 아내가 건강하게 출산해야 하고 아이도 건강해야 한다. 그는 “이런저런 감정들로 밤에 잠이 안온다. 첫 딸은 무조건 아빠를 닮는다는데 속설을 뒤집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내를 닮는 게 좋지 않겠나.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태양에게 올해는 아주 특별한 해다. 아빠와 선발투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는 “네 차례 불펜 피칭을 했는데, 몸상태도 아주 좋다. 지난해에는 불펜으로 시작해 갑자기 선발로 전환하다 보니 투구 수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해는 볼을 던지는 훈련을 많이 해 넓어지는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크볼러라서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그는 “투수라면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제구는 자신있기 때문에 존을 활용하려면 좋은 볼을 던지는 훈련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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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주에서 함께 훈련한 이태양(왼쪽)과 류현진. 출처=이태양 SNS

한화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선배 류현진(35·토론토)과 합동 훈련도 큰 도움이 됐다. 이태양은 “(류)현진이 형은 스스로 메이저리그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훈련할 때마다 ‘제구와 수싸움으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볼 배합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가진 구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포크볼도 더 예리하게 가다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태양은 메이저리거들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SSG에 입단한 추신수(40)와는 유니폼 넘버로 인연을 맺었다. 추신수의 상징인 17번을 선뜻 양보했고, 고급 시계를 선물로 받아 급속도로 친해졌다. 추신수는 최근 복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있는 동안 (이)태양이에게 전화가 가장 많이 왔다. 전화 좀 그만하라고 얘기했을 정도”라며 웃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이태양은 “그렇게 많이 했나?”라면서도 “(추)신수 형이나 (류)현진이 형 모두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인복이 많은가 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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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오른쪽)이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서진용과 훈련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친절한 태양씨’로 불리는 그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떠난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인연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아내한테도 그렇고,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프로 13년차인데 어릴 때부터 선배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서 이제는 후배들에게도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배풀 때가 됐다”고 밝혔다.

장대한 도전에 나서는 이태양은 “올해는 시즌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문)승원이 형과 (박)종훈이가 돌아오면 투수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지만 일단 잘 준비할 것”이라며 “신수 형이나 현진이 형 모두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한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상태가 돼야 기량을 발휘할 기회도 얻는다. 나도 아내도 쿵짝이도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러닝 훈련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