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DISNEYCO-EXECUTIVES/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차펙.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가 동성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정치자금 후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1일(현지시간) 다수의 외신은 월트 디즈니의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플로리다주의 ‘동성애 교육 금지’ 법안에 관해 디즈니가 침묵한 것을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차펙 CEO는 이날 직장 동료와 성 소수자(LGBTQ) 공동체 앞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여러분은 동등한 권리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더 강한 동맹이 되기를 원했지만 나는 여러분을 실망시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펙은 성 소수자 권리 보호 인권 단체에 500만달러(약 61억4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플로리다주 의회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어린이에게 동성애 관련 교육을 금지하는 일명 ‘Don’t Say Gay(동성애를 언급하지 말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플로리다주의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5~9세) 학생에게 교원이나 제3자가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과 관련한 수업이나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학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고소할 수 있다.

이에 지난 7일, 차펙 CEO는 디즈니 직원들에 서신을 보내 “회사가 성 소수자(LGBTQ)의 권리를 지지하지만 플로리다주의 법안에 대한 견해는 따로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직원들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차펙 CEO는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서만 약 8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펙 CEO가 플로리다주 법안에 대해 침묵하겠다고 선언하자 디즈니 내부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디즈니의 공동창업자 로이 올리버 디즈니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는 “디즈니가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업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조합도 “차펙의 침묵은 회사 윤리를 위배한 중대한 실수”라고 말했다.

한편, 플로리다주의 ‘동성애 교육 금지’ 법안을 두고 성소수자와 인권운동가들은 “인권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가 플로리다주 의회의 법안 후원자들 중 일부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성소수자와 인권운동가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