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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키움의 해외유턴파 윤정현(29)이 KBO리그 4년차에 데뷔 첫 승을 따냈다. 불펜으로 나서 잘 틀어막았고, 타선이 뒤집으며 승리를 품었다. 기분 좋은 하루가 됐다. 이제 시작이다.
윤정현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최원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윤정현이 막는 사이 타선이 역전에 성공했고, 윤정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는 6-2로 마무리됐다.
팀이 1-2로 뒤진 4회말 1,2루 위기에서 올라왔다. 잘 던지던 최원태가 흔들리면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윤정현이 김인태에게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5회초 타선이 폭발하면서 대거 5득점에 성공했다. 1-2였던 스코어가 6-2가 됐다. 이어 윤정현이 5회말에는 1사 1,2루 위기에 처했으나 대타 김재호와 박계범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키움이 이기면서 윤정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 첫 승이었다. 2019년 6월15일 데뷔 첫 등판을 치른 후 1037일 만에 따낸 개인 1호 승리다.
윤정현은 해외유턴파다. 지난 2013년 볼티모어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그러나 하위 싱글A에서 멈췄다. 2015년 방출되면서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현역으로 입대하며 군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이 드래프트에 해외파들이 대거 참가했다. 전체 1순위가 이대은(KT 지명)이었고, 2순위가 이학주(삼성 지명)였다. 하재훈이 2라운드, 김성민이 5라운드에 SK(현 SSG)에 지명됐다. 특히 이대은-이학주에 관심이 높았고, 해외파 전체가 조명을 받았다. 윤정현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데뷔 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2019년 3경기-2020년 15경기-2021년 10경기가 전부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은 2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이다. 출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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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후 만난 윤정현은 “데뷔 후 수훈선수 인터뷰가 처음이다. 많이 긴장된다”며 웃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는 그냥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첫 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왔다. 너무 기쁘다. 어려운 상황에서 올라갔는데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했다. 늘 똑같다. 그렇게 막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늦게 KBO리그에 왔다. 잘하려고 하는데, 지난 3년간 보여드린 것이 없다. 1승이 참 어려웠다. 4년차인 올해는 캠프부터 1군에서 오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했다. 올 시즌 다치지 않고, 끝까지 1군에서 던지는 것이 목표다. 수치나 보직은 내가 생각할 것이 아니다. 등판하는대로 보여주는 것이 내 목표다”고 강조했다.
해외파로 주목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드래프트에 앞서 먼저 기사가 나오고 그랬지만, 나는 오래 해야한다는 생각만 했다. 형들은 유명했고, 나는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형들보다 운동을 더 오래하고, 살아남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되고 있다. 이대은은 은퇴했고, 김성민은 방출됐다. 이학주는 삼성에서 부침을 겪은 후 아직 뚜렷한 무언가가 없다. 하재훈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아직 1군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려함, 커리어 등에서는 부족할 수 있으나 현재 팀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로 자리를 잡은 선수는 윤정현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간’의 측면이라면 윤정현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등번호도 무려 99번이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의 번호다. 윤정현은 “많이 무겁다. 지명 후 팀에서 99번을 주셨다. 3년을 보내고 4년차다. 이제서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윤정현의 말처럼 늦게 KBO리그에 왔다. 26세에 데뷔해 29세가 됐다. 한국나이로는 서른이다. 미국에서 보낸 세월이 아까울 법도 하지만, 윤정현은 “후회는 했지만, 다 좋은 경험이었다. 모두가 내 길이라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키움의 핵심 좌완이 됐다. 승리도 따냈다. 앞으로 잘하면 될 일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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