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정부가 공공분양뿐 아니라 이른바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 아파트 293곳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입주민들은 해당 아파트 이름 공개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어 정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 무량판 구조란? 민간아파트 주거동에도 무량판

현재 문제가 된 아파트 ‘무량(無梁)판 구조’는 대들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의 구조로 그동안 지하 주차장에서 널리 이용된 방식으로 써왔다. 보가 없는 구조인데 대신에 슬래브의 두께를 두껍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1980년대부터 한국 아파트 건설에서 많이 사용된 방식으로는 벽으로 슬래브(콘크리트 층)를 받치는 벽식구조가 있었다. 또 라멘구조(Rahmen) 방식은 슬래브의 하중이 보를 통해 기둥으로 전달되도록 만들어 주로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아파트에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기둥과 슬래브의 접합부가 무게를 버티지 못해 구멍이 나는 일명 ‘펀칭 현상’이 발생해 아래로 연쇄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국 상황에서 하청·재하청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다 보니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일 스포츠서울에 “무량판 구조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기둥 주위에 전담 보강을 잘 해줘야 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LH 아파트의 경우 값싼 공사금을 낙찰받은 업체가 무량판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공하니 기둥과 슬래브의 접합부가 무게를 버티지 못해 구멍이 나는 일명 ‘펀칭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메이저 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은 시공 비용이 많이 들지만, LH 같은 곳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기 위해 시공을 했다”며 “대부분의 민간건설사는 무량판 시공을 채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벽식구조를 채택했기에 이번 이슈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는 모두 293개로 이 중 105개 단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친 상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만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콘크리트 천정)를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다. 정부에선 “지하 주차장 상부에 주거동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에 대해 주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거동에도 무량판을 설치한 곳이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접수돼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민간 아파트 집값 하락 우려입주민 반발로 공개 못할 가능성도

국토부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로 지목된 아파트 건설사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공사 중 붕괴해 7명이 죽거나 다친 광주 동구 화정동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라는 점이 지적됐다. 또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처럼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부실이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건설 현장의 관행 등이 총체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부 조사하는 데는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도면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초음파로 철근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살피는 ‘비파괴 검사’, 콘크리트 강도 조사도 진행 해당 아파트가 입주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또 당장 아파트 입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해 ‘아파트명’ 공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부의 뜻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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